브랜드로 성공한 기업, 실패한 기업
조선시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세계 최초의 생수사업가(?)'인 봉이 김선달이 지하에서 들으면 통탄할 일이 있다.
프랑스산 고급 생수인 '에비앙'이 국산 생수에 비해 최대 100배 이상 비싸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소비자시민모임의 발표에 따르면 '에비앙' 천연광천수(750mL)의 100mL당 가격은 3333원으로 홈플러스 '맑은샘물' 2000mL 6개들이(100mL당 18원)보다 185배 높다.
프랑스산 물이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물보다 비싼 이유는 뭘까. 프랑스 물이 더 좋아서일까. 아니다. 해답은 브랜드 차이다.
에비앙은 생수를 돈 주고 사 먹는 게 생소하던 시절부터 세계 최초로 물을 브랜드로 만들어 팔았다. 에비앙의 생수 공장은 '알프스'다. 에비앙은 공해나 오염이 없는 해발 4800m의 알프스에서 솟아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 '3만년 지하 암석층이 천연 필터' '미네랄워터 한 방울에 15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로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생수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는 기업이나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 없는 기업이나 제품은 영혼이 없는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는 논리가 들어맞는 셈이다.
예컨대 산타와 북극곰을 보면 코카콜라가 생각난다. 햄버거의 대명사는 맥도날드다.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보면 미국 애플이 떠오른다.
이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 인식되는 무엇. 그것이 바로 브랜드이자 브랜드 파워다. 100년 넘게 장수하는 브랜드와 1년도 못되게 단명하는 브랜드의 차이는 뭘까. 열쇠는 글로벌 일류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우주에서 본 지구 최고의 브랜드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아프리카 부시맨에게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게 뭐냐"고 묻는다면 "코카콜라"라고 답할 것이다. 이제 코카콜라는 부시맨도 아는 유명한 브랜드다.
올해 미국 브랜드 평가사인 인터브랜드는 올해 글로벌 100대 기업 중 브랜드 가치 1위로 코카콜라를 선정했다. 13년 연속 1위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무려 778억달러다. 9위인 삼성(329억달러)보다 2배가량 많은 브랜드가치 평가액이다. 코카콜라가 처음 유명해진 계기는 콜라병 디자인이었다. 지난 1905년 코카콜라는 병 디자인을 공모했다. 이때 최고 10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유리공장 직공인 루드는 결혼자금을 마련하고자 병 디자인을 시도했다. 루드는 6개월간 고민한 끝에 연인 주디의 몸을 형상화한 독특한 병 디자인을 고안해냈다. 그 결과 1등으로 뽑혔다. 이런 병 디자인에 얽힌 스토리는 코카콜라의 브랜드가치와 판매를 높여줬다.
코카콜라는 매년 겨울이면 비수기로 접어들어 고전을 했다. 고민 끝에 코카콜라는 지난 1920년 겨울에 산타를 광고 캠페인에 등장시켜 성공을 거뒀다. 코카콜라는 빨간 코카콜라의 로고와 흰 거품을 상징하기 위해 빨간 옷과 꼬불꼬불 흰수염을 한 산타할아버지를 등장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후에도 전 세계에 똑같은 병이나 캔, 똑같은 광고 등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으로 '지구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정보 바다'를 담다
구글은 지난 1998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가 설립한 기업이다. 구글(Google)이라는 말은 미국 수학자인 에드워드 케스너의 조카인 밀튼 시로타가 만든 '구골(googol)'이라는 신조어에서 유래됐다. 인터넷의 무한한 정보를 구글이 모두 담겠다는 의미. 구글은 올해 인터브랜드 평가에서 697억달러의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랜드가치 578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많다.
이런 구글의 브랜드 성공은 3가지로 분석됐다. 먼저 구글은 사용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어스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행로들을 찾아준다. G메일은 비용부담 없이 사용자 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구글 브랜드 성공의 요인이다. 소비자는 구글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끊임 없는 혁신도 구글 브랜드의 이미지 중 하나다. 구글은 지속적으로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스트리뷰를 비롯해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구글 TV, 구글 안경, 구글 자동차 등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디지털 세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햄버거가 아닌 '쇼'를 판다
맥도날드 제품은 세계 경제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다. '빅맥지수'를 살펴보면 각국의 통화가치를 알 수 있는 것. 그만큼 맥도날드 브랜드는 세계적이다. 올해 인터브랜드가 평가한 맥도날드의 브랜드가치는 400억달러가량이다. 현재 120개 나라에서 3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맥도날드는 하루 평균 5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 비결은 "맥도날드는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쇼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는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먼드 크록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맥도날드는 'QSC&V(빨리·Quick,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가치·Value)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전략을 펴고 있다. QSC&V'에서 '퀵'이란 무조건 빨리 음식을 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신속하게 갖다 주는 듯한 느낌을 고객에게 주게 하라는 것. 서비스의 경우 직원들이 큰소리로 인사해 고객이 좋은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을 주는 원리다. 맥도날드는 테이블 아래와 화장실, 천장 등까지 청결하게 유지한다.
맥도날드는 가치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햄버거를 비싸게 팔지 않으면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맥도날도 로고가 새겨진 기름종이로 햄버거를 포장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브랜드 전략은 세계 어느 맥도날드 매장을 가도 마찬가지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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