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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은퇴설계는 가족 모두 함께/박재숙 농협은행 NH은퇴연구소 과장

[특별기고] 은퇴설계는 가족 모두 함께/박재숙 농협은행 NH은퇴연구소 과장

다사다난했던 2012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연말은 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송년회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시끌벅적한 행사도 좋지만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뒤돌아보며 내년에는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올 한 해만큼 '은퇴'와 '노후 준비'가 이슈화됐던 적도 없다. 그 중심에는 금융기관의 각종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기도 하겠지만 전 국민이 노후준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령자 복지정책 및 고용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는 데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현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노후 준비를 위해 쓰는 금액이 가구별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특히 이들의 19%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이유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은퇴설계는 크게 재무영역과 비재무영역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은퇴 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비재무적 영역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꿈꾸던 노후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노후생활의 최대 걸림돌로 대부분의 은퇴예정자가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을 지목한 만큼 노후 준비를 오로지 부부 몫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자녀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반드시 동참해야만 성공적인 노후설계가 가능하다.

은퇴설계가 거창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 주변에서 실천 가능한 요소들을 찾아보자.

첫째, 불필요한 소비를 차단하기 위한 지출 가이드라인을 정하자. 식비와 주거관리비, 교통.통신비, 교육비 등을 항목별로 구분한 후 평균 월 지출액을 계산하고 가계자금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 목표 가이드라인 이상의 초과 소비를 제한하자. 특히 교육비 지출에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정기적인 금융지출을 꼼꼼히 파악하고 리모델링해보자. 예를 들어 고정적인 이자비용 외에 가능하다면 매월 원금상환 목표액도 정해본다. 또한 각종 할부금의 이자비용을 따져보고 적극적으로 더 낮은 금리의 대환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변동비 지출을 예상해 매월 예비비를 적립하자. 경조사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동비도 과거 지출금액을 평균해 가계 예산관리에 반영해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선저축.후소비 생활이 노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요즘 체크카드 활용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늘 통장 잔액을 염두에 두고 소비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급적 저축은 명목별로 분산해 관리해야 효과적인데, 자녀학자금마련통장, 주택마련통장, 예비비통장, 노후준비통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야 미래 목돈이 필요할 때 과다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계부 작성은 필수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가계부는 잘못된 소비행동을 지속적으로 자각시켜 구멍 난 주머니를 메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