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위법성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나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위장전입, 불법증여 등 각종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위법성 △비도덕성 △편향적 판결 등 3가지다. 22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고위공직자 후보 인선에 대한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 입장차가 커 인사청문회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위장전입·불법증여, '갑론을박'
이날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불법증여 등 이 후보자의 위법성 의혹에 질문이 집중됐다. 우선 이 후보자가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지난 1992년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를 분양받았으나 1995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살면서 자신의 거주지만 분당 아파트로 옮기며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투기 목적이 아니었으며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서울에서 전세로 2년 가까이 더 지내다 분당 자택으로 이사한 것"이라며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4개월여 (분당으로의) 전입신고가 이뤄진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이 후보자 3녀의 예금액이 2000년 1800만원이었으나 2010년 7742만원으로 급증한 점, 장남이 군 복무하느라 직접 계좌를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수천만원이 입출금된 점 등을 그 근거로 불법증여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3명의 딸이 2006년부터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했는데, 그 이전에는 증여세 면제 범위 내에서 증여를 했고 그 이후 본인 월급을 저축해 예금이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 복무 중 장남 명의 통장의 입출금 내역은 금융기관별로 유리한 금리 등을 감안해 장남 명의로 입출금을 한 데 따른 것으로 증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딸의 유학비용 8만달러 중 3만6000달러의 송금내역이 없다는 점에서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고위공직자로서 재산신고·등록을 하면서 부모의 조위금을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이 각각 검증 항목에 올랐다.
■'항공권 깡' 사실이면 '사퇴'
이 후보자의 도덕적 문제도 논란이 됐다. 야권은 외유성 출장 및 '항공권 깡' 의혹,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에 따른 예금 증가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증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간 9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고 이 중 5차례 부인을 동반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9월과 2011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근무일인 금요일과 주말을 붙여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규정상 헌법재판관은 장관급이라 항공기 퍼스트클래스를 탈 수 있는데, 실제로는 비즈니스석을 타고 차액을 돌려받았다"며 "'항공권 깡'을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항공권 깡'은 사실무근으로 사실이면 바로 사퇴하겠다"며 "헌법재판관은 100%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돼있고 돈을 그것밖에 안 준다"고 적극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국외 출장에 부인 동반에 대해서도 "배우자의 항공비와 체재비는 모두 사비로 부담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헌법재판소가 거래하는 신한은행 안국동지점의 이 후보자 B계좌에 매달 20일을 전후해 출처가 불분명한 200만∼500만원이 입금됐고 6년간 합계액이 총 2억5000여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인지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모든 통장 100%를 제출했다"며 "역사상 청문회에서 자신의 통장 내역을 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며,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맞받았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1995년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시 법원 송년회 행사를 위해 삼성에 협찬을 요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검찰에 골프장 부킹 요구 의혹,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시 후배 법관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한 의혹 등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친일 판결 vs 헌법적 법리
이 후보자의 판결 내용을 놓고도 공방이 펼쳐졌다.
이 후보자가 지난 2011년 3월 '친일재산 환수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에 일부 위헌 의견을 제시한 점, 같은 해 8월 일본군 성노예와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점 그리고 지난 2010년 '미네르바 사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위헌 결정에 대한 합헌 의견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후보자는 친일재산 환수 문제와 관련, "과거사 청산을 위해 친일재산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며 "다만 친일 행위 대가로 취득하지 않은 재산까지 박탈하는 것은 친일재산 환수라는 입법 목적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군 위안부 및 원폭 피해자는 일제에 의해 삶을 송두리째 박탈당했고 그 해결에 국가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다만 상황이 아무리 중대하고 절박해도 헌법과 법률, 헌법적 법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다.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새누리당 7명, 민주당 5명, 진보정의당 1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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