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이면 그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손님을 받으면서 본격 사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은 서울시 1호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상당수는 사업에 실패했다가 재기를 꿈꾸거나 생계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는 이들이다. 늦은 밤 취객을 상대하면서 대리운전회사의 횡포를 견뎌내야 했던 대리운전기사들이 제 목소리를 낸 건 지난해 말이다.
"내 발로 일해서 먹고살겠다"면서 각자 60만원의 출자금을 보태 자신이 주인인 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대리운전기사를 비롯해 농촌의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소상공인들이 십시일반 작은 돈을 모아 협동조합 결성에 나서고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의 산파이자 이 새로운 실험의 조력자로 최근 특임장관상을 받은 재단법인 행복세상 강승구 사무총장(사진)을 19일 서울 삼성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회적 약자들이 무상복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경제적 도구가 협동조합이라고 봤죠." 이는 재단이 무료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게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람들의 기본 생각입니다. 그냥 퍼주기식 복지와는 다른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향후 10년간 협동조합 8000개 설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1950년대 협동조합을 통해 내전의 상처를 지우고 주민자활의 길을 모색했던 스페인 북부 바로크지방 몬드라곤의 기적이 국내에서도 움트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재조명받게 됐죠." 기획재정부도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민간의 자생적인 역량 확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정부에 신청이 들어온 협동조합은 약 350개다. 마음 맞는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결성해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현재 재단에서는 대리운전협동조합 이후 싱크대 제작 소상공인들의 모임인 '한국인의 부엌가구' 등 10여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협동조합이 자생력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선 사회적기업지원책을 일부 적용하거나 조세혜택,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협동조합의 기존정신인 자주·자립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동조합이 사회복귀를 원하는, 또 희망을 품은 사람들에게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복세상은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단체로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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