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게임 오버(Game Over).'
지난달 9일 외국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가 엔씨소프트에 대해 평가한 보고서의 제목이다. 모간스탠리는 엔씨소프트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37만5000원에서 13만원으로 65% 내려잡았다. 이 한 편의 보고서가 엔씨소프트 주가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 회사 주가는 연이틀 급락하면서 8% 넘게 떨어졌다.
주가 급락에 수많은 개인투자자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에 대해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해왔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난감해했다. 이들은 "부정적 요인들이 주가에 선반영됐는데 모간스탠리가 뒤늦게 리포트를 발간해 턴어라운드 조짐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정작 엔씨소프트가 지난 6일 기존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자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외국계 보고서가 '뒷북'을 쳤다던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일제히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졌지만 정작 업계에선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다만 "외국계에 비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도' 의견을 함부로 낼 수 없는 현재 국내 리서치센터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독립리서치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더 객관적이고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이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리서치센터를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 이런 움직임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4월부터 독립리서치 회사 설립에 대한 구상에 착수했다.
협회가 주목하는 것은 회원사 비용 절감이다.
중소형사 기준으로 리서치센터 운영비용은 연간 최대 50억원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이들이 개별적으로 일정 비용을 출자해 하나의 독립적인 리서치 회사를 세울 경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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