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US오픈 우승자는 벤 호건(미국)이다.
호건은 대회 개최 12개월 전에 텍사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어 온전치 않은 몸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13번홀까지 3타차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호건은 무릎을 굽힐 수 없는 통증으로 기권하기로 마음 먹고 캐디에게 "골프백을 라커에 두고 오라"고 했다. 그러자 캐디가 "당신은 기권할 수 없다.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선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 홀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14번홀로 이동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통증을 이겨내며 경기를 재개한 호건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번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해 파를 잡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치러진 18홀 연장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해 69타를 쳐 2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골프사에 길이 남은 감동의 승리를 거두었다.
호건이 역사적 우승을 일군 골프장이 바로 올 US오픈이 열리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GC다. 이번 대회 개최 코스는 1912년에 개장된 뉴코스(동코스)다. 메리언의 역사는 1865년에 14명의 골퍼가 메리언 크리켓 클럽을 결성하면서 태동했다. 그로부터 30년 후에 클럽 이사회가 코스 조성을 결정한 뒤 9홀 코스가 먼저 개장됐고 4년 뒤인 1899년에 9홀이 추가로 조성돼 올드코스(서코스) 18홀이 탄생되었다. 뉴코스 18홀은 그로부터 3년 뒤 프린스턴대 골프팀 주장이었던 윌슨의 설계에 의해 탄생되었다.
메리언의 100년 역사는 골프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건의 일화 외에도 숱한 골프 영웅을 탄생시켰다. 유서깊은 US아마추어오픈과 US오픈과 같은 초기 4대 메이저 대회가 붙박이로 개최되었다. '구성' 보비 존스(미국)는 1930년 9월 이곳에서 열린 US아마추어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대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존스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1번홀에는 그것을 그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동코스는 골프다이제스트에 의해 세계 100대 코스 중 7위에 선정되었다.
올해 대회 전장은 2004년 대회 이후 9년만에 전장이 7000야드 이하인 6996야드로 조성되었다. 마스터스 골프대회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435야드), 브리티시오픈 개최지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파71·7245야드), PGA챔피언십 개최지인 미국 뉴욕의 오크힐 골프장(파70·7145야드)의 전장과 비교하면 다소 짧다. 거리가 짧은 대신 벙커가 131개로 많다. 게다가 벙커 주변 러프가 깊어 이번 대회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깃발 대신 풍선 모양의 바구니를 핀에 단 '워커 바스켓'은 이 골프장의 전통이다. 아웃 코스는 붉은색, 인 코스는 오렌지색이며 핀 길이는 243㎝다. 깃발이 아니어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도 선수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세팅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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