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불법 고금리 대출과 과도한 채권 추심을 일삼는 대부업체에 대해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악덕 영세 대부업체들이 서민을 빚더미에 올라앉게 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끼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들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이들 업체가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삼아 사업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부업체 단속도 한층 강화해 서울시처럼 악덕 영세업체를 대거 정리하는 방법도 동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관내 등록한 4412개 전체 대부업체에 대해 올해 전수검사를 목표로 점검을 진행 중이다. 8월 말 현재 5차례에 걸쳐 1939개 업체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그동안 대부업을 하고 싶으면 해당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됐기 때문에 현재 등록업체가 1만여개에 이른다. 상위 10여개 업체가 전체 대부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위권 이하 업체는 사실상 고리대금 사채업자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금융대부협회가 대부업 이용자 3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가 연 39%를 초과하는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 48.96%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한다는 응답도 9%, 연 360%에 달하는 살인적인 금리에 시달리는 이용자도 전체의 5%에 이른다. 대부업 이용자 14%는 불법추심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화 등을 통한 불안·공포감 경험자는 전체의 6%였고 폭행·협박·방문을 통한 공포감 조성도 각각 1%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최소 자본금요건을 정하고 정식 사무실이 아닌 자택에서 영업하는 행위 등을 막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는 이미 의원입법으로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만큼 금융당국도 동의하고 있다. 대부업 등록을 위한 최소자본금은 5000만원이 유력하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의 70%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기준을 도입하고 3년 정도 유예기간을 주면 자연스럽게 악덕 영세업체의 대부분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최소 자본금 요건을 정하지는 못했으나 5000만원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유예기간을 주면 큰 문제 없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주택에서 대부업을 하는 것도 문제라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업을 하려면 오피스텔 등에 정식 사무실을 마련해놓고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업을 하려면 단독 또는 공동 주택을 제외한 고정사업장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속 강화를 통해 폐업을 유도하는 것도 핵심이다.
서울시는 최근 476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통해 132개 부실업체를 폐업 조치했으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서울시 사례처럼 다른 지자체들도 대부업 단속의 강도를 높이도록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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