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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취임 4개월’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공기업 CEO에게 듣는다] ‘취임 4개월’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국내 최대 종합환경서비스 기관이자 환경전문가 집단의 수장이지만 권위적이거나 뻣뻣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웃집 학생에게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아주 쉽게 들려주는 아저씨란 표현이 어울렸다. 포항시 음식물폐수처리장 부실 논란 등 '뼈아픈' 문제를 꺼냈을 땐 숨기거나 더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며 잘못이 지적될 경우 개선하고 고쳐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단호했다.

그렇다고 마냥 물렁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부패와 비리 문제 해결방안 등을 묻자 그의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아픈 곳을 알려야 하고,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가족을 이끌고 갈 때는 가장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사장 임명 4개월, 성과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이르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했다. 30년간 교수로 쌓았던 환경공학 전문지식을 통해 '환경복지'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공단 Edu센터에서 이시진 환국환경공단 이사장을 만나 포항 음폐장 문제, 내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사장에 임명된 지 4개월여가 흘렀다. 자평한다면.

▲아직 취임 100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다. 현재 공단은 '대국민 환경서비스 개선'을 중장기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취임 이후 현장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며 환경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던 비효율적인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개선, 공단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도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교수로 쌓은 전문지식을 국민의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환경복지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높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내년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1조6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새 정부 정책목표에 발맞춰 소음, 악취, 공기질 관리, 석면피해 구제 등 국민 건강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환경보건, 환경안전진단 등 환경컨설팅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공공기관 최초로 수행했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서비스 강화 및 5대 광역시 확대, 석면피해구제제도의 구제대상 질병 확대, 토양오염 및 오염우려지역 관리 강화, 대기.수질.폐기물 모니터링시스템 품질 향상, 소음.진동.실내 공기질 측정망 운영의 효율성 개선 등을 통해 국민 생활환경을 든든히 뒷받침해 나가겠다. 도시 침수대응사업,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등도 미래 환경복지를 위한 실현과제로 인식하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을 놓고 기업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환경문제는 무조건 규제를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무조건 풀어놓는 것도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절충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오해의 소지는 없어야 한다. 화평법, 화관법은 기업들의 화학물질 관리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다. 결코 산업계 전반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고를 낸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마땅하지만 화학물질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어떤 때보다 앞서 있는 지금, 매출액의 5%라는 과징금을 낼 기업은 없다고 본다. 법에 대한 논쟁보다는 '화학물질로부터의 안전'이라는 큰 틀에서 노력을 지켜봐 달라.

―포항 음폐장 부실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겁다.

▲먼저 주어진 책임을 충분히 완수하지 못했다는 데 책임을 느끼며 포항시와 협의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포항 음폐장은 설계기준을 초과한 음폐수의 유입 부하와 하절기 기온 상승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유량조정조 확대, 고농도 음폐수 및 저농도 침출수 혼합투입 등을 계획 중이다. 생물반응조 수온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냉각설비를 추가 설치하고 용존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차원에서 산기관 교체도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있다.

▲양 기관 통합 이후 인력감축, 시스템 일원화, 임금격차 단계적 해결, 이질적 조직문화 융합 등을 추진했지만 100% 완벽한 결합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노사.노노 간 상시협의체 운영, 복수노조 간 자율적 공동교섭단체 구성 등 발전적 방향으로 조직을 계속해서 이끌고 있다. 자율적.창의적 분위기의 조직문화를 위해 직원 누구나에게 방문을 열어놓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턴키입찰 발주비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근본 해결책은 없을까.

▲적어도 '청렴'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취임 후 첫 활동도 공단의 7대 청렴과제를 선정, 전 간부직원이 참석하는 청렴실천 서약식이었다. 그러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상징적 의미이자 모범을 보인다는 자세로 집무실을 언제나 개방하고 있고, 외부인 접견 시에도 부서 관계자를 배석시켜 부조리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토록 하고 있다. 작게 비칠 수도 있지만 공단 청렴문화 정착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패행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입찰담합 손해배상제도, 간부직원 및 설계심의분과위원의 자율재산등록제도 등 강도 높은 자정 노력 및 시스템적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포부를 듣고 싶다.

▲임기 중 목표는 세 가지다. 우선 공단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완벽하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 공단이 세계 환경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딩 컴퍼니'가 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환경 각 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세계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재 경기 파주 영어마을 직원 단기 어학연수, 중국 베이징 및 베트남 하노이 해외사무소 운영, 멕시코 및 코스타리카 폐자원 에너지화시설 설치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끝으로 '도시침수 예방을 위한 하수도정비사업' '공공환경시설 설계 경제성 검토사업' 등 이사장 취임 때 체결한 경영계약의 차질 없는 수행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약력△57세 △대구 출생 △영남대 토목학과, 미국 맨해튼대 석사, 아이오와주립대 박사 △경기대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환경관리공단 자문위원회 위원(정책자문) △환경관리공단 신기술평가위원회 위원 △대한환경공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