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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남과 짜고 전 남편 살해뒤 교통사고로 위장’ 15년 만에 들통

내연남과 공모해 전 남편을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한 50대 여성이 공소시효 완료를 25일 앞두고 15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신모씨와 내연남 채모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지난 1998년 12월20일 오후 10시쯤 전북 군산의 야산에서 술에 취한 신씨의 전 남편 강모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1992년부터 채씨와 내연 관계였으며 남편과는 1997년 9월 이혼했다. 법적으로는 이혼 상태였지만 동거 중이었던 신씨는 "채씨와의 관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남편을 근교의 한적한 식당으로 불러 술을 마시도록 했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채씨는 만취상태로 식당에서 나오는 강씨를 따라가 차에 탄 뒤 절구공이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이어 야산으로 이동, 차량공구와 절구공이로 머리와 얼굴 등을 수차례 때려 살해했다. 그리고 미리 세워둔 신씨의 승용차 운전석에 시신을 옮긴 뒤 차량을 밀었고 차량은 2㎞가량 내리막길을 가다 돼지축사와 부딪혔다.

사건이 교통사고로 마무리되면서 신씨는 보험금 1억원을 받아 챙겼고 보험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채씨와의 사이가 틀어져 헤어졌다. 당시 경찰은 강씨의 타살 개연성을 의심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그대로 수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올해 9월 관련 첩보를 입수,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신씨는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이던 1997년 7월부터 약 1년 간 남편 명의로 몰래 3개 보험사에서 총 5억7500만원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의심을 피하기 위해 딸(당시 22세)이 계약한 것처럼 속였다. 신씨는 범행 전에는 수차례에 걸쳐 장소를 사전답사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고 딸을 비롯해 주변인에게 경찰에 허위로 진술하도록 했다.

경찰은 통신수사를 통해 범행 당시 신씨와 집에 함께 있었다던 딸이 신씨를 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변인을 설득해 당시 주장한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 결국 신씨 등은 "상호보증을 섰다가 빚이 1억원대까지 늘어 감당하기 어렵게 돼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일이 오래 지난 사건이라도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며 "장기미제 사건을 재검토해 수사가치가 있는 사건 등을 중심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