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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외국인 카지노에 일자리 있다

정부가 3일 국내관광 진흥책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민관광진흥회의에서다. 진흥책은 내국인 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관광시장에서 내국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2%(2012년) 수준이다. 70~90%대인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 내국인 비중이 낮으면 관광 경기가 외부 변수에 크게 휘둘린다. 정부는 관광내수 활성화를 위해 봄·가을에 관광주간을 신설하고 이 기간 중 초·중·고교의 단기방학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날 나온 대책 중에 눈길을 끄는 게 하나 더 있다. 정부는 외국인이 국내에 세우는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의 투자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쇼핑센터·공연장 등을 갖춘 종합오락 공간이다. 지금 외국인 투자자가 복합리조트를 지으려면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신용등급이 좀 낮더라도 종합적인 자금조달 능력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새 기준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수조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복합리조트는 적어도 수천, 많게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제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졌다. 공장을 지어봤자 일은 기계가 한다. 21세기형 일자리는 관광 등 서비스산업에 있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복합리조트는 일자리의 보고다.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과제로 내건 박근혜정부에 복합리조트는 놓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외국인 카지노 프로젝트는 수년째 답보 상태다. 작년에 LOCZ(리포·시저스엔터테인먼트 합작사)와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사전심사를 신청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2개사의 신용등급이 걸림돌이 됐다. 지금은 4~5개 업체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종도에 입질을 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영종도는 카지노의 최적지로 꼽힌다.

복합리조트는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카지노에 대한 반감이 크다. 출발은 외국인 전용이지만 결국 내국인 출입도 허용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강원랜드 등 기득권자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반발하는 측의 논리도 나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이 일자리 창출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지는 의문이다. 모든 정책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부작용이 두려워 변화를 포기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서비스산업 혁신엔 기득권층의 맹렬한 저항이 따른다. 철도노조가 그렇고 의사들이 그렇다.
이래선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서비스산업 규제완화의 토대가 될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 호텔 입지를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대형 크루즈선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는 크루즈산업육성지원법 등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도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