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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칼럼] 무인기 전성시대

[곽인찬칼럼] 무인기 전성시대

구글 검색창에 'Amazon Drone'을 치면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유튜브 동영상이 뜬다. 세계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 소형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어떻게 물건을 배달하는지 보여주는 동영상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중량 5파운드(2.3㎏) 이하 물건을 30분 안에 공중 배달하는 목표를 세웠다. 아마존 배달물의 86%가 이 조건에 부합한다. 베조스는 프라임 에어를 본격 가동하는 데 앞으로 4~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드론은 무인항공기(UAV)의 별칭이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직접 하기 힘든 지루하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업무를 대신한다. 일종의 3D 해결사인 셈이다.

드론 이전엔 유인정찰기가 있었다. 냉전이 한창일 때 미국은 조종사를 태운 U2기를 투입해 적진을 탐색했다. 당시 U2는 소련·중국·쿠바·베트남 상공을 날아다녔다. U2의 약점은 격추 시 조종사까지 목숨을 잃는다는 데 있다. 실제 1960년 소련 상공에서, 1962년 쿠바 하늘에서 지대공 미사일을 맞고 U2기가 추락했다.

U2를 대체한 게 글로벌 호크와 같은 무인정찰기다. 무인정찰기는 병력 손실 없는 꿈의 무기다. 핑계를 대기도 좋다. 적진에 떨어져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대당 2억달러를 호가하는 글로벌 호크는 20㎞ 상공에 떠서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광활한 지역을 샅샅이 훑는다. 지상 30㎝ 크기 물체까지 잡아낼 만큼 식별력도 뛰어나다. 글로벌 호크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곽인찬칼럼] 무인기 전성시대
프레데터

프레데터는 무인정찰기에서 무인폭격기로 진화한 경우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색출에 국가적 노력을 기울였다. 프레데터가 몇 차례 빈 라덴의 은신처로 보이는 이미지를 전송했다. 그러나 사진을 보고 쫓아가면 이미 빈 라덴은 거처를 옮긴 뒤였다. 이를 계기로 미군은 프레데터에 45㎏짜리 헬파이어 미사일 두 발을 장착해 현장에서 즉각 작전을 펼 수 있도록 했다. 프레데터는 이후 중동·아프리카 각지에서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드론은 공공·민수용으로 쓰임새를 넓혔다. 소방관들은 잔해 더미에서 생존자를 찾을 때 드론을 투입한다. 동물애호가들은 드론을 띄워 불법사냥 현장을 포착한다. 벽지 주민들에게 약을 전달할 때도 유용한 수단이다. 항공촬영이나 농약살포 때도 드론이 인기다.

베조스는 택배용으로 드론을 쓰고 싶어한다. 세계최대 물류회사인 DHL도 드론 배달에 적극적이다. 열쇠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쥐고 있다. 먼저 따져볼 게 꽤 있다. 드론 수만대가 하늘에서 충돌하면 어쩌나. 이·착륙 때 사고는 없을까. 우리집 마당에 배달된 물건을 남이 슬쩍 집어가면 누구 책임인가. 택배 기사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나. 결정적으로 악당들이 택배용 드론에 폭발물이라도 실어보냈다간 큰일이다. 미 의회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한다. 배달을 핑계로 아마존이 하늘에서 고객의 사생활을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A가 드론의 상용화를 일절 불허할 것 같진 않다. 의회도 아예 막겠다는 쪽은 아니다. 혁신을 존중하는 미국답다. FAA는 내년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

파주·백령도에 이어 삼척에 추락한 소형 무인정찰기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 뻥 뚫린 저고도 방공망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그렇지만 지레 겁부터 먹을 일은 아닌 듯하다. 미군이 운용하는 글로벌 호크와 프레데터가 있고 우리가 자체개발한 드론도 있다.
부러운 건 아마존 등의 상용화 움직임이다. 우리는 입도 뻥끗 못할 것 같다. 그게 좀 아쉽다. paul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