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지방이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을 비롯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굵직한 기관들이 이전을 완료한 것. 하지만 이들 공공기관 직원들 대부분이 가족을 두고 '나홀로'족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혁신도시의 교육, 문화, 거주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지방 이전 본격화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일 본사 인력 1531명이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옮겨 지방이전을 완료했다. 한전은 본사 이전을 계기로 광주 전남권을 전력산업 특화 창조경제 혁신구역으로 만들려는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을 추진한다. 한전KPS·한전KDN 등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미래유망 아이디어를 집중 발굴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산·학·연 R&D에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난 10월 본사를 울산으로 이전한 석유공사는 에너지 산업 광역 클러스터 형성의 기초를 마련, 신재생에너지와 대체에너지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과 연계하고 국제화를 선도한다는 계산이다. 또 지역경제의 연관산업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석유공사가 보유한 비축기지 건설 기술, 해외 석유개발 노하우 전수 등 산학이 연계된 동반성장의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말 이전을 완료한 가스공사는 대구를 울산지역(석유 클러스터)과 연계, 국내 최대 에너지 산업벨트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가스 산업의 인접 시너지효과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동서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등 한전 산하 발전자회사는 물론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상당수 공기업들이 지방이전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지방업무에 돌입한 상황이다.
■거주환경 불편으로 가족동반 이주율 낮아
이처럼 공기업들의 지방이전이 본격화된 상황이지만 직원들이 가족동반으로 이주하는 비율은 현격히 낮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전수조사 결과, 각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동반 비율이 25.3%에 불과했다.
지난 7월까지 이전이 완료된 40개 공공기관의 이전계획 인원은 총 8134명으로 이중 7739명이 이주했다. 이주형태로는 단신이주, 곧 나홀로 이주가 5022명으로 가장 많았고(65%), 가족동반 이주는 1951명(25.3%), 통근자는 752명(9.7%)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 직원 10명 중 7명가량이 기러기 생활을 하는 셈이다. 특히 나홀로 이주자 중 앞으로 동반이주 의향을 가진 인원은 403명으로 전체 6.97%에 불과했다. 이번에 이주를 완료한 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의 경우에도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족동반 이주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혁신도시의 주거환경 등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국가기술표준원, 가스안전공사 등이 이전한 충북(진천, 음성)혁신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태다.
한전 등이 이전하는 광주·전남혁신도시는 궂은날 진동하는 축산악취는 물론 병원, 약국도 없어 거주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가 이전한 대구 신서(동구)혁신도시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도로마다 불법주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주 직원들조차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혁신도시 내 도시인프라 구축, 거주·교육환경이 개선되야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A공공기관 관계자는 "혁신도시의 목적은 이전 기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거점을 조성하는 것이지만 여러가지 불편사항으로 인해 가족동반 이주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며 "기관이전과 함께 교육, 문화, 거주환경 또한 동반 개선되야 가족동반 이주율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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