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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산혁신도시, 제반환경 여전히 열악...직원 이주율도 낮아

【울산=이유범 김서연 기자】지난 12일 서울역에서 KTX를 2시간 가량 타고 도착한 울산역.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지나 울산혁신도시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한국석유공사가 이전한 울산혁신도시는 지방혁신도시들 중에서 그나마 주변환경 상황이 나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울산혁신도시에 들어서자 마자 그런 기대는 실망감으로 변했다. 주변 편의시설은 커녕 식당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혁신도시 내에는 고층 아파트와 공공기관 건물을 제외하고 어떤 편의시설도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식당간판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을 가려면 차를 타고 10분 이상 나가야만 찾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대중교통 상황은 어떨까 알아봤다. 이 역시 1개 노선만이 운영되고 있고, 그것도 30분에 한 대 있을 뿐이었다. 점심시간에 승용차 없이 외부 식당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지난해 울산 우정혁신도시로 이전한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3개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은 도로변을 끼고 마주하고 있고, 역시 같은 해 이전한 안전보건공단은 지척인 300여m를 거리에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식당까지 걸어서 30~40분, 그것도 인도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길을 따라 가야 한다"며 "승용차 없이 외부 식당을 이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이와함께 울산혁신도시는 거리 조명과 제설처리가 열악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로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나주혁신도시와 달리 울산혁신도시는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 만들어진 가로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빛의 밝기가 어둡고 적게 퍼진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주변에는 상가 등도 없어 밤이 되면 여직원들이 이동에 불안을 느낄 정도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7일 울산지역은 아침 출근시간대에 맞춰 4㎝가량의 눈이 내렸다. 서울이라면 제설처리로 인해 빠르게 치워질 양이지만 울산은 달랐다. 이날 울산시는 눈이 쌓이기 시작한 오전 6시께부터 인력 172명, 장비 47대를 동원해 주요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벌였고 오전 7시20분에는 시와 5개 구·군 전 직원 5600여명과 장비 83대를 동원했다. 산업로, 남부순환도로, 삼산로, 문수로 등 주요 도로에 186t의 염화칼슘을 뿌렸다. 하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울산혁신도시로 향하는 일대의 도로는 마비상태에 빠졌다. 결국 이날 KTX울산역에 내려 혁신도시 등지로 출근하는 수백여명의 근로자들은 1~2시간씩 무더기 지각사태를 빚었다.

현재 석유공사 직원 1300여명 중 가족과 함께 내려온 직원은 300여명 수준이다. 아직 1000여명의 직원은 주중에 울산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가는 패턴을 반복중이다. 고용부 산하 3개 기관 모두 울산으로 이주한 직원 비율 역시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미혼인 직원의 경우 울산으로 내려오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기혼자의 경우 가족이 같이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 배우자의 직장 소재가 지방이전의 걸림돌이 된다. 자녀 교육 문제 역시 지방 이전의 고려대상이다.


따라서 직원들 대부분은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 KTX를 이용한다. 버스로 30여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울산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곳으로 주말마다 교통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한 직원은 "특성상 직원들은 대중교통 보다 자기 차량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청사 앞 도로가 넓지 않아 향후 더욱 심각한 교통 체증이 일어날 상황이 크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