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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CMA 무단인출, 고객과실 떠넘겨 피해 키워

최근 은행 및 증권사 계좌에서 고객 예금이 무단으로 인출되며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벌써 4년 전에 이미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과 증권사는 보안카드 관리 부주의 등으로 고객에게 과실을 떠넘기면서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기에 바빴고, 이 틈에 전자금융사기범이 수 년째 활보하면서 다수의 피해자들이 양산됐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 6일 김 모씨는 당시 A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계좌에서 국민은행 고 모씨의 계좌로 590만원이 무단으로 출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자금 인출이 중국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돼 더 이상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A증권에도 전산시스템의 보안 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주장하고 예금인출 경로 등을 요청했지만 A증권은 "당사는 침입차단시스템, 침입탐지시스템 등 각종 보안장비로 보호되고 있고, 고객의 비밀번호는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고객의 개인 PC 해킹 및 기타 경로를 통하지 않고서는 당사 시스템을 통한 유출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어 회사 측은 "당사도 고객의 계좌에서 발생한 무단 출금과 관련해 발생경위 및 경로 등을 확인할 길이 없다"며 "다만 출금 당일 오전 7시 36분에 알림서비스를 통해 출금 사실을 문자로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보안카드 내용을 개인 PC에 기록한 적도 없고 남에게 알려준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보안카드는 항상 지갑에 있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봤다"며 "당시 경찰 조사나 증권사에게 내가 보안카드 및 공인인증서 관리를 소홀하지 않았다는 증명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그러다 최근 들어 반드시 해킹이 아니어도 예금이 무단 인출되는 사건을 접하면서 어쩌면 당시의 내 경우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금융기관, 금융사의 방관 속에 국내 금융사의 보안 시스템에 뚫린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단 인출 사건은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됐다"며 "수 년간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그동안 정부와 금융사들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방증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인석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히 사고가 터졌을 때 고객의 책임을 더 강조한다"며 "사고 예방은 물론 피해 보상을 하는 방법 또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