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장밋빛 전망 내세워 "사세요" 뒤에선 보유 주식 내다 팔아…
증권사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애널리스트를 동원해 장밋빛 전망을 하면서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 주식을 사라고 개인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가 오르면 다행이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많아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증권사)는 이달 들어 6800억원(유가증권 기준) 가량을 팔아 치웠다. 증권사는 지난해 1월 이후 월간 기준 단 4차례 주식을 샀을 뿐이다.
그런데도 '셀(Sell.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내 목표주가를 하향한 187개 상장사 가운데 사실상 매도인 '시장수익률하회(underperform)' 의견을 낸 곳은 단 2곳에 그쳤다. 목표주가를 올린 리포트는 1439개에 달했다.
목표주가를 10~20% 가까이 낮추고도 팔라는 의견은 없다. H증권은 지난 27일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5만원으로 19.3% 낮추면서도 투자 의견은 '매수'를 제시했다.
S증권도 지난 26일 기아차 목표주가는 6만원으로 기존(7만원)보다 14.3%, 현대위아 목표주가는 22만원으로 기존(26만원)보다 15.4% 각각 낮아졌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고수했다.
최근 통계에서도 증권사 보고서에 쓴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국내 10대 증권사는 총 4만8762건의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주식을 팔 것을 권유하는 '매도' 보고서는 단 3건에 머물렀다.
특히 대우.우리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증권 등 5대 대형사에선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2만1222건의 리포트 가운데 8.8%가 매도 의견이었다.
기업을 위한, 마케팅을 위한 보고서만 양산해 놓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져가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기관이 증시 안전판은 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투자행태는 보수적으로 소문난 보험사만 못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달들어 750억원 가량을 순매수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이다.
문제는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개미들이 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증권사에 소속돼 있는 만큼 쉽게 상장사에 쓴소리를 하기 힘들다"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주식거래 수수료) 감소로 애널리스트까지 투자은행(IB) 영업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시장에서는 정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또 이제 걸음마 단계인 독립리서치센터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처럼 금융투자협회 등 민간 유관단체에서 자금 풀(Pool)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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