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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앓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FDS'...금융이용자 인식도 중요

#직장인 A씨(37)는 국내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이체를 하던 중 갑자기 거래가 중지됐다. 이체한도가 낮아 나눠서 반복적으로 이체를 하자 FDS가 이상거래로 인지해 계좌를 막았기 때문이다. A씨는 은행에 가서 이체정지를 풀고서야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A씨는 은행에 FDS 때문에 사업에 지장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미국인 B씨(39)는 은행의 FDS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던 B씨는 미국 북동부 일리노이 주로 출장길에 올랐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B씨는 은행에서 이체를 하려던 중 거래가 중지됐다. B씨의 행동범위 안에서 벗어난 ATM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FDS가 이상거래로 인지해 계좌를 막은 것이다. B씨는 은행의 철저한 보안에 감탄하며 이체정지를 풀고 거래를 마무리했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FDS가 국내 금융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이용자의 인식이 당국의 규제나 금융사의 책임만큼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FDS는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다.

FDS의 특성상 금융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금융사기의 사례 등이 모여 빅데이터로 활용 돼야 하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국내 FDS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DS 초기에는 금융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핀테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며 "FDS가 안전한 금융환경을 조성하고 내 금융계좌를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기준 금융권의 FDS 구축율은 46.5%로 57개 금융사(은행, 증권사, 카드사) 중 26개사만이 FDS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FDS를 구축해 10년 이상 지난 금융 선진국들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수준이다.

은행권은 전반적인 금융권에 비해 구축율이 높은 편이다. 국내은행 17개사 중 10개사가 구축을 완료했고 나머지 7개사도 현재 시스템 가동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2013년 8월부터 FDS을 도입해 은행권 중 가장 빨랐고 하나은행은 작년 10월에 도입했다. 농협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FDS를 적용했고 국민은행은 4월부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SC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시스템 적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FDS를 도입한 후 이상거래 탐지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50%대에 머물던 탐지율이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고유번호 MAC 주소를 사용해 금융사기를 탐지해 내는 방식은 업계에서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의 경우 도입 한 달 만에 FDS를 통해 4000건 이상의 이상거래 징후를 발견했다.

신한은행 역시 정확한 수치의 계산은 어렵지만 FDS를 도입 후 이상거래 검거율이 월등히 향상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년까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제도를 도입하고 금융거래정보까지 수집대상을 확대해 오는 2016년에는 금융권 공동 대응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 검토단계지만, 정보공유를 위해 법률에서 새로 규정할 부분이 있다면 병행해서 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