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세상 영웅을 찾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공일차원(Zero One Dimension)'(사진)이 오는 6월 5~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안 감독 취임 후 두번째 신작으로 "세속화된 자본주의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영웅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감독은 "영웅을 호출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힘은 삶을 버텨내는 원천"이라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억압된 동시대에 고단한 현실을 어루만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일차원'이란 디지털 세계의 기본 언어로 사용되는 숫자 0과 1의 조합으로 이뤄진 공간을 의미한다. 두 숫자는 '없다'와 '있다'를 의미하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다. 이는 고도로 발전된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노동과 생존의 문제가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러니를 뜻한다. 기술을 발달했지만 사회적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작품은 가상 현실 속 게임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억압이 분출하는 심리적 풍경을 드러냈다. 전쟁과 폭력, 성적 욕망과 노동윤리의 파괴가 극에 달했을 때 등장하는 영웅을 통해 세태를 조명한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범속(凡俗)한 우리의 모습에서 영웅의 이면을 보게 된다.
이번 작품은 특히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관심을 모은다.
미술작가이자 영화 '만신'의 감독인 박찬경이 작품 전반의 시각 연출을 맡았다. 음악은 영화.무용.국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장영규가 만들었다. 또 일본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덤 타입'(Dumb Type)의 창립멤버이자 조명디자이너인 후지모토 다카유키가 조명 디자인을 맡았다.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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