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지역경찰관들이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문안순찰(검문)'을 통해 지명수배자나 절도범 등을 잇따라 검거하는 등 민생치안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문안순찰이란 경찰관이 순찰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세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고 대화 중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불심검문으로 전환, 범인을 검거하는 순찰방식이다.
■안부인사에도 손 떠는 절도범
10일 경찰청 생활안전국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경찰서 성산파출소는 지난달 14일 절도 혐의로 김모씨(50)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같은달 7일 저녁 9시께 오모씨(57) 차량에서 신용카드 1매를 훔친 뒤 유흥업소 등 3개소에서 48만2000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다. 출동 경찰관은 검거 당일 밤 11시25분께 절도 발생지역을 순찰하던 중 모자를 착용하고 손전등과 가방을 휴대, 거리를 배회하는 김씨를 발견했다. 경찰관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십니까?"라고 묻자 그는 "운동이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경찰관이 "운동 가는데 가방을 매고 가십니까?"라고 재차 묻자 "내 맘이요"라고 말을 한 뒤 신속히 현장을 이탈하려다 수상히 여긴 경찰관이 휴대폰에 저장된 피의자의 인상착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추궁해 범죄사실을 자백받았다.
전북 덕진경찰서 송천2파출소는 지난달 10일 상습절도 등 혐의로 문모씨(28)를 구속했다. 문씨는 지난달 10일 새벽 4시 10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근 노상에 주차돼 있던 송모씨(45)의 차량에서 현금 10만원을 훔치는 등 모두 39차례에 걸쳐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파출소 경찰관은 사건 당일 '검정색 옷을 입은 사람이 차량 문을 열고 다닌다'는 무전내용을 청취하고 순찰하던 중 문씨를 발견했다. 경찰관은 문씨에게 다가가 "지금 어디를 바쁘게 가고 있느냐?"라고 말을 건넸고 문씨는 "아침운동 중인데 왜 이리 귀찮게 하느냐?"고 답했다. 경찰관은 "산책로는 어느 방향이냐. 집이 어디냐? 바지가 왜 이리 늘어져 있냐?"고 되물었고 문씨는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경찰관은 즉시 불심검문으로 전환, 문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길안내 등 각종 도움, 일석이조"
광주 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는 앞서 지난 5월 12일 절도 혐의로 황모씨(55)를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지난 5월 12일 새벽 2시께 광주 북구 풍향동 아파트 공사장에서 난방용 동파이프 10㎏ 상당을 훔친 혐의다. 지구대 경찰관은 금은방 밀집지역을 집중순찰하던 중 당일 새벽 3시 56분께 황씨를 발견 "이렇게 비바람이 치는데 새벽에 어디를 가세요? 비가 오는 새벽에 무슨 일을 하셨어요?"라고 질문했고 황씨는 "새벽에 공사현장 일을 하고 귀가 중이다. 내부 공사를 했다"고 답하면서 손을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관은 "혹시 가방을 한번 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 토막난 동파이프를 발견하고 범행사실을 자백받았다.
경기 평택경찰서 비전파출소도 지난 4월 19일 밤 11시 10분께 평택시 합정동 공설운동장 인근에서 비를 맞으면서 배회하는 김모씨(59)를 발견, "비가 오는데 어디 가십니까?"라고 문안검문을 실시했다. 김씨는 오히려 경찰관의 관등성명을 요구, 종이와 볼펜을 꺼내 경찰관 명찰을 보고 이름을 적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화를 냈고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불심검문으로 전환, 지명수배자인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부터 문안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경찰관이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는 등 친근감을 줄 뿐만 아니라 길안내, 각종 도움까지 주기 위한 순찰이지만 행동이 수상하면 불심검문으로 전환, 피의자 검거에도 효과를 보는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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