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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일자리 뺏는 로봇

[염주영 칼럼] 일자리 뺏는 로봇

지난달 일본의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헨나호텔이 문을 열었다. 이 호텔에 들어서면 로봇이 손님을 맞는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청소나 짐 운반 등도 마찬가지다. 업무의 70%를 로봇과 첨단기술이 수행한다. 숙박비는 인건비를 줄여 동급 호텔의 반값 수준이다. 헨나호텔은 우리 말로 '이상한 호텔'이란 뜻이다. 미국에서도 호텔에 심부름 로봇이 등장했다. 치약, 칫솔, 수건 등과 같은 일회용품을 배달해준다. 팁을 안줘도 되고 사생활을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투숙객들도 대환영이라고 한다.

로봇이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수술로봇은 이미 실용화됐다.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돼 사람 대신 구조 활동을 하는 재난로봇도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왔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한국 KAIST의 휴보로봇이 미국, 일본 등 로봇선진국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로봇이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기술을 신기술로 지정했다. 옥상에서 줄을 내리고 그 줄에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칠하는 작업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는 로봇이 그 일을 대신 해준다.

로봇이 등장한 지는 꽤 오래 된다. 1960년대 미국 자동차회사 GM의 생산라인에 처음 투입된 이래 자동차.전자.항공기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지정된 장소에 배치돼 단순.반복형 작업을 했다. 그러던 로봇이 진화를 시작했다. 사람처럼 말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종합해 판단도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신세대 로봇들이 생산직에서 서비스 직종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무인차(자율주행차)나 드론(무인기)도 로봇의 일종이다. 이스라엘 업체가 개발한 무인자폭기는 폭탄을 싣고 비행하다 목표물을 발견하면 자폭한다. 미군은 최근 이를 중동에서 실전에 투입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 이슬람국가(IS) 지도부의 은신처를 공격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태평양 전쟁 때 미국 군함을 향해 돌진했던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가 로봇으로 재현된 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전쟁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혁명 다음은 로봇혁명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10년 안에 '1인 1로봇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린 산업혁명은 늦었지만 다행히 IT혁명에는 선발주자였다. 다가오는 로봇혁명도 앞서가야 한다. 로봇산업은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IT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로봇산업도 성장력 고갈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동력원이 될 수 있다. 일본, 미국, 독일 등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시장을 선도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국가적인 차원의 육성 전략과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로봇혁명에는 어두운 부분이 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현재 개발 중인 무인차의 보급이 확산되면 자동차보험회사와 부품업계에서 일자리가 대폭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시대에 이미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마저도 다시 사람과 로봇이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 시대에는 로봇을 고용하는 계층은 지위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피고용자로서 로봇과 경쟁하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기계와 기술이 넘보지 못하는 고용의 안전지대는 없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