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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72%가 원금비보장.. 한탕주의 만연

발행잔액 64조638억 중 46兆가 원금비보장형
수익률은 고정, 손실률은 제한 없어 피해 우려

ELS 72%가 원금비보장.. 한탕주의 만연


#. 조기 퇴직한 박모 씨(51)는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에 퇴직금의 약 30%를 넣었다. 낮은 금리 때문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초자산 주가가 기준가보다 50% 넘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이 생기니 원금을 손해 볼 확률이 없다"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설명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국민 재테크'가 된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한탕주의(위험 상품 쏠림 현상)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해외지수 연계 ELS 등의 녹인(Knock-In·손실 발생 기준) 우려가 커진 상황이만 자칫 원금을 날릴 수도 있는 원금비보장상품 비중이 72%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쏠림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일 기준 ELS 발행잔액은 64조63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39조4000억원 보다 62.60%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2년과 2013년의 연간 발행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발행 형태별로는 사모발행이 42.52%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ELS의 공모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주요 기초자산인 글로벌 지수의 높은 레벨과 변동성 하락에 따른 쿠폰 수익률 감소, 조기상환의 둔화 영향이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선택은 위험보다 수익이었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원금비보장형' ELS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원금비보장형이 전체 발행액의 71.68%(45조9257억원)를 차지했다. 작년 하반기(31조540억원)보다 30.5%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ELS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수십조 원이나 몰릴 만큼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금비보장형 ELS는 보통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10∼20%대의 수익을 얻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면 기초자산의 주가 하락폭만큼 원금 손실이 난다. 일정 범위만 벗어나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판매할 때 주가가 기준가의 5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해 멋모르고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며 "ELS는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데 베팅하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손실을 보는 '미들 리스크' 상품"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수익률은 10∼20%로 고정돼 있지만 주가가 사전에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률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손실위험 대비 이익이 너무 적은 '악마의 상품'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업황이 부진한 일부 종목에 녹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각 개별주식과 지수에 국한된 문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시장 리스크와 기초자산의 등락 추이, 자신의 투자성향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현재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은 94조8000억원으로 2010년 상반기(23조2000억원)에 비해 4.1배나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규림 선임연구원은 "파생결합증권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 및 운용 리스크에 대한 측정·평가·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은 주가지수와 특정 주식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연계해 사전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상환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 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폭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폭을 넘어서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