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 대선 쟁점 이슈로 민주-공화당 간 공방 격화
【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방미 이틀째인 프란시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와 불법이민, 동성결혼과 종교의 자유 등 민감한 이슈를 거침없이 언급해 미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이슈가 내년 미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미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 직후 인사말을 통해 미 사회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현안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먼저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슈 중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를 지적했다.
교황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선두에서 서서 정책을 제안했다"고 치하하며 "기후변화는 더이상 미래 세대에게 떠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공통의 집'을 보호하는 데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변화를 만들 시간이 아직 있다"며 미 정치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불법이민에 대해서도 교황은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그같은 이민자 가정에 의해 주로 건설된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성 매튜성당 기도에서도 "이런 사람들(이민자 가정)이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등 미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은근히 비판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평가했다. 트럼프를 비롯한 미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기 위해 남쪽 국경지대에 장벽을 쌓겠다고 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 대법원이 합법화한 동성결혼에 대한 발언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교황은 "우리 문명 역사의 위중한 시기에 결혼과 가족이란 기관이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며 "진실로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는 가톨릭의 가장 깊은 우려와 그들의 종교적 자유 권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미 켄터키 주 로완 카운티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가 동성커플에 대한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해 구속됐다가 풀려나면서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고,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벤 카슨이 '무슬림 대통령 불가론'을 제기해 격한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황의 발언이 의회와 경선과정에서 나온 공화당의 주장에 신뢰를 더해줬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은 동성결혼 지지와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 중 일부가 미국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디언지는 교황의 발언이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진보 및 동성애자 가톨릭과 보수 가톨릭이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날 발언에 대해 CNN과 미 의회전문지 더 힐 등 미 주요 언론은 "교황이 미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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