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변태적인 성관계 요구를 거부,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남편에게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가사2부(이은애 부장판사)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사실혼 파기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월30일 밝혔다.
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갈등을 겪게 됐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강압적인 성관계로 아내를 힘들게 했고 결혼 후에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했다. 남편은 부인의 완강한 거부의사에도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요구를 계속했고 이 과정에서 부인이 실신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둘은 완전히 별거하게 됐다.
A씨는 B씨가 우울증을 숨겼고 결혼 뒤에도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e메일을 주고받는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B씨에게 있다며 자신이 쓴 신혼여행 경비와 주거비 등 3300여만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부인 B씨는 남편의 변태적인 행위가 혼인파탄의 원인이 됐다며 예단 등 혼인비용 5200여만원과 위자료 7000만원을 돌려달라고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사실혼 관계 파탄의 책임이 남편 A씨에게 있다고 봤다.
1심은 "A씨는 B씨가 원치않는 형태의 성행위를 집요하게 요구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부부 사이의 신뢰와 애정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이 부인에게 위자료를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도 결혼식과 예단 비용, 주거비 등을 돌려달라는 양쪽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쪽 모두 혼인의 의사로 결혼식을 올리고 1년여 동거해 사실혼이 성립했으므로 서로 준 예단과 예물은 상대방 소유로 귀속됐고 결혼식 비용 역시 무의미한 비용 지출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리고 양쪽의 항소를 기각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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