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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가을야구 미친 선수가 있어야 이긴다

[2015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가을야구 미친 선수가 있어야 이긴다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경기가 7일부터 시작됐다.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경기에 출전한 넥센 염경엽 감독과 SK 김용희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미친 선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기전에선 누군가 미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특히 타격에서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 가을 야구에서 미쳤던 4명을 소개한다.

■1991년 준 플레이오프 삼성 류중일

삼성과 롯데가 맞붙었다. 2번 이기면 되는데 4차전까지 갔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치열했다. 1승1패로 맞붙은 3차전서 양팀은 연장 13회 처절한 승부에도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4시간40분의 혈투였다.

삼성은 4차전서 6회까지 1-2로 끌려갔다. 김용철이 윤학길에게 홈런을 빼앗아 3-2로 역전했다. 8회 말 이변이 일어났다. 류중일이 롯데 김청수로부터 홈런을 뽑아냈다. 4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류중일은 1991년 한 해 동안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 가을야구 들어 4경기서 4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1987년 데뷔 이후 5년 동안 총 18개의 홈런밖에 기록하지 못한 소총수가 깜짝 대포로 변신했다. 경북고 시절 잠실야구장 개막 홈런을 때린 류중일이 또 한 번 홈런포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삼성이 10-2로 이겨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994년 플레이오프 태평양 김경기

인천 연고팀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13년의 비원이 서려있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한화. 방어율 탈삼진 2관왕을 차지한 정민철과 구대성, 송진우가 버틴 마운드의 높이가 자랑이었다.

결과는 태평양의 압승. 중심에는 김경기의 폭발력이 있었다. 김경기는 1㎏에 가까운 배트를 마치 나무젓가락 휘두르듯 가볍게 다뤘다. 1, 2차전 태평양의 손쉬운 승리. 3차전서 양팀은 1-1로 연장에 돌입했다.

10회 초 김경기는 2사 후 결승 홈런을 터트렸다. 태평양을 13년 만에(삼미·청보 포함)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염경엽, 김용국, 김성갑이 당시 태평양 내야진의 주축이었다. 김경기는 1차전서 정민철에게 선제 홈런을 뽑아냈다. 2차전서는 큼직한 장외포를 터트려 한화 벤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1999년 플레이오프 롯데 호세

삼성은 가을야구서 롯데에 진 빚이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다. 1999년 플레이오프는 7차전으로 치러졌다. 삼성은 빚을 갚길 원했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섰다. 이제 원이 풀리나 싶었다. 하지만 롯데에는 호세가 있었다.

5차전 삼성은 9회 말 5-3으로 앞서 있었다. 1사 1, 2루. 마운드에는 수호신 임창용이 버티고 있었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면 끝이 났다. 그 순간 호세가 벼락같이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기세를 탄 롯데는 6, 7차전을 내리 이겼다. 호세는 6차전서도 홈런을 때려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삼성 나바로

야마이코 나바로는 홈런타자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2루수라는 포지션 때문인지도 모른다. 2루수는 날렵한 인상을 지녔다. 라인 샌더버그, 로빈손 카노, 김성래, 시노즈카 카즈노리 같은 강타자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나바로는 메이저리그 4년 통산 2개의 홈런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나바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MVP는 당연히 그의 몫. 특히 2차전 홈런이 빛났다. 삼성은 1차전서 넥센에 2-4로 패했다. 2차전을 놓치면 당연히 위험했다.

나바로는 1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채태인의 적시타로 선취점. 나바로는 2회 2점 홈런으로 3-0을 만들었다.
승부의 흐름이 삼성으로 넘어갔다. 나바로의 활약에 힘입은 삼성이 6차전서 한국시리즈를 끝냈다. 나바로는 6차전서도 3점 홈런을 기록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