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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 칼럼] 누가 박원순에게 돌을 던지랴

'무중력' 니트청년들을 3000명만 골라서 돕는 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곽인찬 칼럼] 누가 박원순에게 돌을 던지랴

내가 아는 한 젊은이는 니트(NEET)청년이다. 니트족은 교육.고용.직업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그냥 시간만 죽이는 청년들을 말한다. 그는 대학을 나왔다. 한때 식당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주인이랑 한바탕 다투더니 집에 틀어박혔다. 길을 가면 사람들이 힐끗 돌아볼 만큼 몸집이 큰 편이다. 자연 집 밖으로 나서길 꺼린다. 어딜 둘러봐도 마음 둘 곳이 없다. 무력감이 몰려온다. 요즘 우리 주위엔 이런 청년들이 많다.

니트청년을 보는 시각은 두 갈래다. 먼저 당사자 탓으로 돌린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막을 수 없다 했다. 알아서 정신 차릴 때까지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니트족을 동정한다. 사회적기업 '유유자적살롱'의 이충한 공동대표는 "일을 구할 수 없어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어서,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서 사회의 중력장 바깥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무중력 상태에 놓인다. 이들을 그냥 내버려둬야 할까. 이 대표는 '유유자적한 자기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유유자적피플-무중력사회를 사는 우리').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중력'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크다. 그는 이달 초 청년수당 정책을 내놨다. 정확히 말하면 청년활동지원사업이다. 니트청년 등 정기소득이 없는 19~29세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언뜻 정치인들의 뻔한 인기영합 정책 같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단서가 많이 붙었다. 중하위 소득자 가운데 3000명만 골라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한다. 20대 서울 청년 가운데 대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사회 밖 청년'은 50만명으로 추산된다. 3000명은 0.6%에도 못 미친다. 그것도 공공.사회활동 계획서를 제출받아 심사를 거친다. 예산은 최대 90억원을 책정했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같은, 청년들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 같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청년수당 재원은 시민의 혈세"라며 "혈세를 갖고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고도 했다. '무중력' 청년들을 돕는 사업을 '아편'으로 봤다.

총리가 위원장을 하는 사회보장위원회도 거들었다. 지난 11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선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겨냥해 "위원회와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보장위는 국가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최상위 기구다. 여기서 예산 90억원짜리 지자체 복지를 논의한 걸 어떻게 봐야 할까.

진짜 손을 봐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 난립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를 발표했다. 거기서 정부는 부처별 사업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4개 부처, 34개에 달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을 18개로 줄이겠다고 했다. 34개 분야에 들어가는 예산이 무려 1조7000억원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이재명표 복지엔 나도 반대다. 이 시장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19~24세의 모든 청년에게 연 100만원을 주려 한다. 이런 식의 보편적 복지는 되레 무중력 상태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 반면 박원순표 복지는 3000명만 뽑아서 주는 선택적 복지다.

3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기초연금 퍼주기 경쟁을 벌였다. 국회가 무작정 도입한 어린이집 무상보육은 여지껏 말썽이다. 이런 '공룡 복지'는 놔두고 지자체의 잔챙이 복지만 건드리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 청년층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니트청년들은 그중에서도 최약체다. 이들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박원순 시장은 돌 맞을 짓을 하지 않았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