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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칼럼] "바보야, 문제는 불량국회야"

혁신기업 문닫게 한 입법권력
19대 국회, 줄곧 경제 발목잡아
총선에서 대대적 물갈이해야

[이재훈 칼럼] "바보야, 문제는 불량국회야"

입법 권력의 힘은 막강하다. 대의기관인 국회는 나라 경제와 민생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발목을 잡고 해코지를 해 쉽사리 망가뜨릴 수는 있다. 국회의원의 무지와 과단성, 뻔뻔스러움이 뒷받침되면 입법 권력의 파괴적 능력은 극대화된다. 기업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난 연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잘나가던 모바일 중고차경매업체 '헤이딜러'가 졸지에 폐업한 사건은 잘못 쓰인 입법 권력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창업한 헤이딜러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체도 일정 규모 이상 오프라인 영업장을 두도록 한 개정법의 신설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헤이딜러는 일반인이 팔고 싶은 중고차의 주요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올리면 수많은 자동차 딜러들이 견적을 제시하고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해왔다. 혁신적인 신사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헤이딜러를 죽인 법안을 발의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서울 강서을)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말이 안된다. 미끼매물, 부실매물 등으로 거래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행위는 오프라인 매매업체들이 더하다. 반면 헤이딜러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거의 없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몰려 있다. 이들의 기득권 보호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굵직한 지역구 민원사업 한 건을 해결했다고 즐거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통적 사업 영역을 파괴하는 신사업 모델로 승부하는 벤처업계에는 이것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국회가 기업과 민생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예나 지금이나 '재벌 특혜' '경제민주화' 타령을 하며 규제 푸는 법안은 가로막고 규제 법안 생산에 주력해왔다. 면세점 특허 심사기한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자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났다.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는 수천억원의 투자비용을 날리고 2000여명의 직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 5년 시한부 특허를 새로 받은 업체들은 명품관을 미처 채우지 못하고 개장했다. 우리 면세점의 국제경쟁력은 뚝 떨어졌다. 문제의 개정 관세법은 홍종학 더민주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해 2013년 초 통과됐다.

홍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면세점에 굉장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납득할 수 없고 투자했다고 재승인해준다면 그것도 특혜" "면세점 직원은 중국어 등을 구사하는 고급인력이라 고용 승계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면세점 업계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는 4년 내내 발목잡기로 일관했다. 야당은 민생.경제살리기 법안을 그냥 통과해준 적이 없다.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법안 끼워넣기, 주고받기를 통해 실속을 챙겼고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질질 끌려다니며 국회선진화법 탓만 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영리화 때문에 안되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자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은 예의 '재벌 특혜' 때문에 안된다는 야당이다. 야당은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소리에는 귀 닫고 귀족노조의 입장만 감싸며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통째로 거부하고 있다.

4월 총선이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에 놓였다. 19대 국회는 경제 현실에 눈을 감고 '태업'만 벌였다. 정치가 경제에 걸림돌만 되고 있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의 슬로건에 빗대 현재의 상황을 표현하면 "바보야, 문제는 불량국회야"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19대 의원들의 '갑질'과 입법횡포를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