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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한국형 헤지펀드 '차이니즈 월'에 막혔다

당국 "내부자거래 막는 장치 마련하라"
증권사 "비용 1천억.. 사후제재 강화를"

갈길 먼 한국형 헤지펀드 '차이니즈 월'에 막혔다
차이니즈월(업체 내 정보교류 차단장치)이 스타트라인에 선 헤지펀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의 획기적 성장을 위해 헤지펀드를 적극 육성키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이해상충 범위를 놓고 불필요한 규제라는 업계 목소리와 내부자거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충돌해 가이드라인조차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이해상충 방지시스템을 구축하려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해 사실상 중소형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은 물 건너가는 상황이다.

■헤지펀드 준법감시인 별도 선임해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해상충 방지에 대한 의견취합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할 경우 자기자본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자거래 등 위법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 이해상충 방지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증권업계는 당초 1월 중에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4분기 내에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내부자정보 등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증권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려면 별도의 헤지펀드 준법감시인을 선임해야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내부자거래 등을 감시해 헤지펀드 운용의 사후관리를 확실히 하자는 차원이다.

또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을 위해 기존 전산시스템에서 헤지펀드 관련 전산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산분리 비용만 1000억원 수준이니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헤지펀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사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분사 수준의 전산분리를 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나머지 증권사들은 전산분리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오히려 대형 증권사보다 더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산만 분리한다고 내부자정보의 거래가 차단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증권사 내부적인 시너지 효과마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헤지펀드는 대부분 인하우스(내부 운용)가 아닌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하우스 헤지펀드 운용을 추구한다면 이해상충 방지를 충분히 갖춰야 하는데 증권사가 규제완화만 언급하니 답답하다"며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까지 진행되면 헤지펀드에서의 고객자산과 혼합될 우려도 있어 전산 등 시스템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본격 출시는 하반기로 미뤄질듯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의 의견차가 워낙 커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은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헤지펀드 운용 준비를 마치고 오는 3~4월 헤지펀드를 본격적으로 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문사들이 이미 헤지펀드 출시에 나서고 있는데 증권사가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LK투자자문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업체로 등록을 마친 후 지난달 'LK세븐'이라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설정했다. 이 펀드는 목표수익률 6~7%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두번째로는 한국형 헤지펀드인 'LK클로버'를 설정했다. 다른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업체들도 오는 6월까지 각자 헤지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전규제를 완화하고 선행매매 등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제재 장치를 엄격히 하면 되는 문제"라며 "이해상충 시스템 구축 등으로 계속 헤지펀드 출시를 미룬다면 오히려 증권사의 경쟁력만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