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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인공지능] 자산관리 대중화 앞당기는 AI

자문사·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진출.. 수수료 낮아지고 최소가입금 500만원으로

[인간 vs. 인공지능] 자산관리 대중화 앞당기는 AI

로보어드바이저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던 자산관리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로봇 매니저로 다수의 자산관리가 가능해지고 수수료도 낮아져서다. 또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도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으로 일임투자 계약액은 최소가입금액 500만원으로 낮아졌다. 그동안 투자일임은 운용상 제약 등으로 1억~3억원 이상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이미 2~3년 전부터 소액투자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 등의 관심을 받으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급성장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상위 15개사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은 2015년 말 510억달러로 2009년 말(40억달러) 이후 연평균 52.9%로 성장했다. 컨설팅업체 AT커니에 따르면 미국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자산은 2006년 3000억달러에서 2020년 2조2000억달러로 연평균 68% 성장세를 전망했다. 미국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200개 이상 있다.

국내에선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가계자산 불리기의 일환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용될 전망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은 ISA 활용 플랫폼을 오픈했다. ISA에 활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증권사와 은행에 제안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은행들도 올 들어 자체 시스템 개발 및 전문 자문사와 제휴 등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쿼터백투자자문사와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 PB' 베타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AIIM투자자문, 디셈버앤컴퍼니 등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QV로보어카운트'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1월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핵심기술인 '투자성과 검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대형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은 자체 서비스 개발, 전문업체 인수.제휴 등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스와프는 2015년 3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를 출시해 9개월 만에 53억달러 규모 운용자산을 확보했다. 뱅가드도 지난해 4월 수수료 0.3% 수준으로 21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해 8월 퓨처어드바이저를 1억5000만~2억달러 수준에 인수했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온라인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비대면 투자일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태동기를 맞고 있지만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 규제로 대중화의에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은 온라인에서 계약이 이뤄져 젊은층과 소액 자산가들의 접근성이 높다"며 "우리는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이 허용되지 않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태동기여서 트랙 레코드가 짧은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 호황기에 설립돼 호황.침체라는 장기순환을 경험하지 못했다"라며 "데이터에 의존하는 알고리즘 기반 거래가 예상외 시장충격 대응능력은 검증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온라인거래 특성상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돼 투자수익률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도 있다. 또 낮은 수수료율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