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남극의 차가운 바닷속에 사냥을 위해 가장 먼저 뛰어드는 펭귄을 말한다. 서구사회에서 '퍼스트 펭귄'은 위험을 감내하면서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선구자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대표 경영인의 최고 어록으로 '이봐 해봤어?'가 꼽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평소 자주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다. 무엇이든 앞뒤 안 가리고 도전해봐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미국에 등장한 아마존, 페이스북 등 신생기업은 지금 전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창립연도를 분석한 결과 1990년 이후에 등장한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 재계에서는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도전하는 기업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위험을 감내하면서 투자와 도전에 나서는 기업들이 전체 국가경쟁력을 이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곳곳에서 불확실성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퍼스트 펭귄'들의 활동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경기 안양에 위치한 효성기술원에서 연구원들이 폴리케톤이 적용된 각종 부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세계 1위 제품의 원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효성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개발해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개발한 탄소섬유를 본격 양산하고 있으며,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케톤도 연간 5만t 규모의 공장을 완공,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효성이 자체기술로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신소재이다. 탄소섬유는 등산스틱, 골프채 등 레저용 제품과 함께 연료용 압축천연가스(CNG) 압력용기 등 철이 쓰이는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처가 광범위하다.
특히 효성이 세계 최초로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폴리케톤은 올레핀과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소재다. 나일론보다 내마모성, 내화학성 등이 뛰어나 차세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효성은 10여년 간 폴리케톤 개발에 약 50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해왔다.
폴리케톤은 우수한 내충격성, 내화학성, 내마모성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의 내외장재 및 연료계통 부품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로 적용될 수 있고 초고강도, 초고탄성률의 특성을 가진 섬유로도 사용될 수 있다. 효성은 지난해 폴리케톤 가공 기술, 연료튜브용 컴파운드, 자동차 커넥터용 폴리케톤 소재 등을 개발한데 이어 올해 폴리케톤이 적용될 수 있는 용도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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