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양을 따지나, 관련업체 입김까지 의혹 난무
우리 군이 K-2 흑표전차 100여대를 추가 생산해 최전방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12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술적·전장상황의 변화로 K-2 전차가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10월 K-2 흑표전차 100여대의 추가 소요(所要)를 제기해, 현재 국방부가 소요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K-2 전차 100대 추가 도입, 질보다 양
이 관계자는 "100여대가 추가 도입되면 상비사단에 있는 M계열의 전차를 빼고, 모두 K계열의 전차로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이 북한이 보유한 전차 보유수에만 집착해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선군호', '천마호' 등 신형 전차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4500여 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군 보다 2000대 이상을 더 보유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군사전문가는 "걸프전에서 미군 전차들이 이라크 군 보다 적은 전차로도 전장을 제압했듯, 현대전은 질적 향상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첨단 항공전력과 정밀타격 수단으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현대전에서 한국군은 재래식 무기중심의 프레임(덩치)에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운용 전차가 늘면 부대의 인원과 규모가 늘게 돼고 자연스럽게 보직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적은 수지만 전력지수가 높은 전차를 꾸준히 운용해 군의 규모를 줄이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강 미군도 신형전차를 추가도입하기 보다 1980년에 배치가 된 M1 전차를 꾸준히 개량해 효과적으로 현대전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800억 예산투입 사업이 두리뭉실
K-2 흑표전차의 대당 가격은 약 80억원으로, 100여대를 추가 생산하려면 8000억여원이 필요하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지만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2017∼2021 국방중기계획 발표 당시 M-48 전차를 K-2 흑표전차로 교체한다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도입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는 2011년 K-2 흑표전차 도입 규모를 600여대로 검토했지만 예산 부족 등을 고려해 200여대로 줄인 바가 있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의 흑표전차의 추가도입 계획이 알려지면 논란이 일것을 우려해 비공개로 국방중기계획에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했다.
심지어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에 관련 방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2017∼2021 국방중기계획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배정됐고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기동군단 예하 기계화사단의 대대별 전차 보유량을 40대에서 30대로 줄이고 기계화사단을 1곳에서 2곳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전차 100여대가 추가로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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