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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선택] "파운드 폭락 두렵다" 英 환전소 장사진.. G7은 달러 비상공급

브렉시트, 막판까지 대혼전… 세계금융시장 '폭풍전야'

[영국의 선택] "파운드 폭락 두렵다" 英 환전소 장사진.. G7은 달러 비상공급

'운명의 15시간'이 시작됐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이하 현지시간) 개시됐다. 투표는 15시간 진행된다. 브렉시트의 결과는 24일 오전 7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께다.

앞서 브렉시트 투표 윤곽은 90%가량 개표가 완료되는 오후 1시(한국시간)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선택'은 대혼전이다. 투표 직전까지 여론의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22일 투표 직전 여론조사에서마저 'EU 잔류'와 'EU 이탈'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했다. 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다. 결과를 예측할 만한 의미 있는 격차가 아니다. 사실상 동률이다. 직접 영향권은 글로벌 금융시장이다. 'EU 잔류'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만일의 사태(브렉시트)에 대비, 긴급히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 시민들 '달러 환전' 급증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은행 감독기관인 건전성감독청(PRA)은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을 점검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비상조치 중이다. 뱅크런(예금 대량인출)과 같은 돌발사태에 대비, 금융업계 주요 직원들은 23일 투표와 개표 시까지 비상 대기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BOE)은 지난주부터 27억파운드(약 4조6000억원)를 시장에 풀었다.

FT는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에 대비해 유로와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이 급증했다. 상당수 영국 국민도 만일의 사태(브렉시트)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영국 우체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환전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증가했다. 환전업체 트레블엑스는 같은 날 온라인 환전 주문이 전주보다 30%나 늘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긴장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투표 결과를 앞서 예측하기 위해 개인 출구조사업체들에 50만파운드를 제공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금융시장은 희망하는 바인 'EU 잔류' 쪽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영국 파운드화가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고 수준(파운드당 1.4844달러)으로 급등한 게 이를 보여준다.

투표 당일 새벽부터 쏟아진 폭우로 노년층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유럽 증시는 반등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한국시간 23일 오후 8시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23% 올랐다. 파리 CAC40지수와 프랑크푸르트 DAX지수는 각각 1.96% 상승했다.

현재로선 브렉시트는 '만일의 사태'다. 주요 7개국(G7)은 브렉시트발 금융시장 충격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통화 스와프 등의 조치로 달러 비상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G7 재무장관들은 브렉시트 관련 긴급성명서를 마지막으로 다듬고 있다.

일본 정부도 급격한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한 간접적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일본은행이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28~29일)에 앞서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때 엔화는 달러당 100엔대가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엔고다.

■'영국의 선택' 시계제로…막판까지 혼전

영국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여론조사로는 예측이 무의미하다. 브렉시트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있어서다. 결국 '영국 경제'인가, '영국의 자주권'인가 정치적 선택이다. 지금껏 어느 여론조사기관들도 이 두 명제에 대해 명쾌하게 이렇다 할 방향성을 내놓지 못했다. 브렉시트 투표의 방아쇠를 당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조차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여론조사업체인 TNS가 영국 전역에서 성인 2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EU 탈퇴가 43%로 EU 잔류(41%)보다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오피니엄이 3011명에게 물어본 조사에서도 EU 탈퇴(45%)가 EU 잔류(44%)보다 1%포인트 앞섰다. 이는 지난 16일 EU 잔류 지지파인 조 콕스 하원의원 피습사건 이후 민심이 'EU 잔류'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본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 의견이 EU 탈퇴보다 3%포인트 이상 앞섰다.

박빙의 여론조사 추이로 브렉시트 결과를 예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권자 중 10%가량으로 추정되는 부동층, 브렉시트 찬반 성향이 다른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투표율이 브렉시트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다.

브렉시트 여부를 떠나 후폭풍은 유럽 사회 전반에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분된 영국의 갈등, 보수당 정권 퇴진 압박, 밀려드는 이민자 문제, 줄어드는 일자리, 경제성장 둔화, EU 국가의 또 다른 이탈 기류, EU 공동체 시스템에 대한 변화와 개혁 요구 등 영국 사회는 물론 EU도 큰 숙제를 안게 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윤재준 국제뉴스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