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소기업, 2800만 달러 수출상담액 성과
【베트남(호치민)=김용훈 기자】 "이번 K-FOOD FAIR를 통해 저희 봉추푸드 시스템이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게 된 셈이죠."
28℃를 오르내리는 베트남 호치민의 무더위 속에서도 봉추푸드 시스템의 이정아 해외영업팀 부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난 8일~11일까지 나흘간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주관한 '2016 베트남 호치민 K-FOOD FAIR'가 진행됐다.
■韓중소기업, 베트남 입맛 사냥 나섰다
중국과 프랑스, 음식문화에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두 나라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식문화를 보유한 국가다. 이런 베트남에 지금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호치민의 GEM센터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도 우리 식품에 대한 이들의 높은 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실제 우리 농식품의 대(對)베트남 수출액은 지난 2010년 1억5300만 달러에 그쳤지만 2015년 4억6100만 달러로 불과 5년 사이 3배 가량 성장했다. 덕분에 2012년 이후 일본,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국 4위에 해당하는 국가다. 이번 'K-FOOD FAIR'는 우리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 식품 수출기업 30개사는 지난 8일 호치민 최고 회의장소인 GEM센터에서 베트남과 인근 국가에서 온 82개사 89명의 해외 바이어 앞에서 프리젠테이션(PT)를 진행할 기회를 얻었다. 이날 PT에 참가한 우리 중소기업 이푸드의 민정일 부장은 "중소업체로선 얻기 힘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훈제칠면조와 베이컨을 생산·판매하는 이푸드는 국내에선 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11월 호치민에서 열린 aT 한국유통산업전을 통해 현지 바이어를 만날 수 있었고, 이번에는 직접 '육화원'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직접 베트남 소비자에게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 부장은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지난해 6.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류 붐을 감안하면 타국가보다 생존률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현지에선 우리 제품이 비쌀 수 있지만 품질 면에서 우리 제품이 우수해 명절 선물 등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PT에서 "여섯 살 우리 딸에게도 우리 제품을 먹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K-FOOD FAIR'에 우리 사과로 만든 사과주를 선보인 한국애플리즈의 한확 과장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일본, 싱가포르, 중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에 사과주를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지 유통업체인 K-마켓(Market), 골든게이트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베트남에 팔게 됐다.
10일 베트남 호치민 시내 중심의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923공원에서 열린 '2016 베트남 호치민 K-FOOD FAIR' 소비자체험행사에 모인 베트남인들이 떡볶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fnDB
■"페이스북 K푸드 동호회 회원이예요"
베트남 호치민 시내 중심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923공원. 서울로 치면 광화문 광장 같은 곳이다. 지난 10일 이곳에서 'K-FOOD FAIR' 소비자체험행사가 열렸다. 호치민에서 11년째 살고 있다는 교민 정연학(51)씨는 "베트남 정부가 923공원을 한국 행사 장소로 내줬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인 부인과 아들, 딸을 데리고 왔다는 정 씨의 말처럼 이날 923공원에서 열린 'K-FOOD FAIR'에 대한 베트남 현지 언론의 관심도 무척 높았다. 현장에서 베트남의 국영TV인 HTV7과 인터뷰를 마친 김동관 aT 하노이 지사장은 "내년 한-베 수교 25주년을 맞아 현지 언론에서도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923공원에는 지난 8일 수출상담회에 참가했던 이푸드를 비롯한 식품기업 7곳과 K마켓 등 현지 한국식품유통업체 8곳, 돈치킨 등 베트남에 진출한 외식업체들이 각자 부스를 만들고 베트남의 입맛을 공략했다. 주목할 것은 우리 식품에 관심을 가지는 베트남 연령층이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이정아 봉추푸드 부장은 "봉추푸드는 한국에선 찜닭으로 알려진 기업이지만, 베트남의 현지에서는 우리 식품의 수요가 젊은층에 있다고 보고, 떡볶이와 김치 시즈닝을 납품하기로 현지 유통업체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이날 봉추푸드 부스의 '국물 떡볶이'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문전성시로 금새 동이 났다.
베트남의 전체 인구는 9300만명이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 60%로 약 6000만명에 달한다. 향후 10년 이후부터는 현재의 젊은 층이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부상할 수 있다. 지금 베트남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우리 농식품의 수출규모는 차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곳에서 만난 호치민 대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뜨거웠다. 사이공여행대학교 여행학과에 재학 중인 니(Nhi·21)씨에게 이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녀는 "평소 페이스북 내 K푸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비빔밥, 떡볶이, 김밥 등을 무척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한 점도 돋보였다. 농식품부와 aT는 우리 식품을 맛 본 이들이 우리 식품을 '직구'할 수 있도록 온라인 K-FOOD 부스를 마련해 G마켓, 11번가, 롯데닷컴, 오뚜기, K몰24 등 온라인 쇼핑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상품을 구입할 경우 30달러에 달하는 배송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K-FOOD FAIR'에 참가한 30개 기업은 2809만6944달러(한화 약 312억원)어치의 수출상담액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리안푸드, 한사랑, 삼진글로벌넷, 한국애플리즈, 이푸드, 이비채, 고려인삼과학, 고려자연식품, 건국유업·건국햄 등 10개 기업은 즉석에서 53만2070달러(약 5억9070만원) 가량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유병렬 aT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 센터장은 "베트남의 젊은 인구는 6000만명에 달한다. 이번 'K-FOOD FAIR'의 실적은 '마중물'과 같은 성격"이라며 "향후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우리 식품기업의 해외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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