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PCA생명, 내부 제보자 보복 인사

공익신고자 보호조치에 업체, 권익위 결정 취소 訴
법원 "보복성 인사" 판결
금감원, 곧 조사결과 발표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생명이 내부의 불법의혹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보직 해임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법원은 해당 직원의 신고 내용 상당부분이 법 위반 소지가 있고 PCA생명이 공익신고자에 대해 사실상 보복성 인사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공익신고에 대한 PCA생명의 법 위반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CA생명, 공익신고자 보호조치에 반발 소송

11일 법조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PCA생명은 2013년 10월 보험설계사들이 일부 고객과 결탁해 '무위험 차익거래'를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및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PCA생명에서 감사업무를 하던 A씨는 이후에도 일부 보험계약자들이 무위험 차익거래를 계속한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감사를 건의했다. 그러나 사측이 이를 반대하자 A씨는 무위험 차익거래 방치 및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직접 추가납입과 중도인출을 하고 있고 변액보험 일시납 상품을 비과세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다는 내용 등을 2014년 12월 금감원에 신고했다.

그러자 사측은 같은 날 A씨에 대해 감사 권한 남용 등을 이유로 보직해임을 의결한 데 이어 한달 뒤 직위 해임하고 다른 부서로 전보시켰다.

이에 따라 A씨는 지난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PCA생명의 인사는 불이익조치"라며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했고 권익위는 A씨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PCA생명은 "2013년 9월부터 무위험 차익거래를 미리 방지했고 고객 서류를 이용해 대신 거래를 한 행위 등은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행위에 불과하다"며 "A씨의 신고 내용은 공익신고 대상인 공익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다.

■"신고내용 대부분 사실…과징금 가능성 있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A씨의 신고 내용은 공익침해행위"라며 원고(PCA생명)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위험 차익거래와 관련해 "원고로서는 변액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 시 추가납입 보험료의 기준가가 과거 기준가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정을 모든 계약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게을리했다"며 "보험업법상 계약자에게 상품의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행위 및 과징금 부과 대상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액보험 일시납 상품을 비과세인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신고 내용도 "보험업법상 금지행위로 과징금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공익신고자 보호신청 사건 조사 때 A씨의 신고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한 사실에 비춰 A씨가 신고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한다"며 "공익신고와 A씨에 대한 인사조치 간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가 신고한 사건은 현재 조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로, 조만간 PCA생명에 대한 징계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PCA생명 측 반론 등 조사를 대부분 마쳤다"며 "곧 과징금 부과 여부 등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무위험 차익거래는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주가가 내려갈 경우 약관대출을 받았다가 주가가 올라가면 이를 상환하는 방법으로 위험 없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불법행위다. 특히 이 같은 대출과 상환을 반복할 경우 펀드 운용이 제대로 안돼 일반 보험계약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금감원은 무위험 차익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2008년 약관대출 후 상환할 때 적용하는 기준가를 '전일종가'가 아닌 '이틀 뒤의 기준가'로 하도록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