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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등 제외결정으로 OPEC 감산 더 복잡해져"

산유량 조절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합의가 점점 더 복잡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CNBC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은 지난달 알제리 비공식각료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했고, 11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며 비 OPEC 산유국들의 감산 동참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란,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3개국을 감산에서 제외함으로써 산유량 조절 정책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는 것이다.

합의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는 이란 등 3개국이 각각 경제제재, 전쟁과 내전 등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 산유량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면서 오는 11월 30일 각료회의에서 공식 타결될 감산 합의에서 이들을 예외로 인정해줬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란,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3개국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이들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산유량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문제는 이들의 산유량이 OPEC의 감산합의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산유국간 갈등 해빙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석유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OPEC의 감산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공개된 OPEC 월간 석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리비아는 내전으로 폐쇄됐던 석유수출항 가동이 재개된 덕에 지난달 산유량이 하루 92만배럴 이상 늘었다.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도 반군의 송유관 공격 등이 잠잠해지면서 산유량이 약 하루 95만배럴 증가했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 사장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석유 판매 재개를 수용하기 위해 OPEC은 당초 합의보다 더 급격한 감산에 나서야할 처지가 됐다"면서 "OPEC의 더 궁색해졌다"고 말했다.

OPEC은 지난달 회의에서 하루 74만배럴 수준의 감산을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감산에서 제외된 이란도 1월 경제제재가 풀린 뒤 산유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이란은 현재 약 하루 2만1000배럴씩 산유량을 확대하고 있어 조만간 최대 산유량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개국 외에도 OPEC의 감산합의를 위태롭게 할 세력은 또 있다.

OPEC 2위 산유국 이라크다.

이라크의 지난달 증산규모는 OPEC내 최대 규모인 하루 10만5000배럴에 이르렀다. 지난달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된 OPEC 산유량 증가세의 주요 배경이 됐다.

이라크는 지난달 회의 뒤 곧바로 불만을 나타내며 증산을 계속할 방침임을 천명한 바 있다.

자바 알 루아이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OPEC 공식 통계로 잡힌 이라크의 산유량이 실제보다 크게 적다면서 산유량 산정 방식을 조정하지 않으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속내가 복잡하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OPEC이 합의하면 러시아도 감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석유생산의 40%를 차지하는 국영석유업체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이고르 세친은 감산에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세친은 이후 OPEC이 합의하고, 감산 논의에 러시아도 초대받는다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한편 에너지 컨설팅 업체 더 래피단 그룹의 밥 맥낼리 사장은 CNBC에 사우디의 감산 추진은 '눈속임(smoke and mirrors)'으로 봐야 한다면서 지난달 하루 8만7000배럴 넘게 감산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도 조만간 다시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