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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칼럼] 한·미 FTA의 진실을 알리자

양국 교역 4년간 14.9% 늘어.. 한국, 美 일자리 창출 기여도 4위
통상교섭본부 장관급 격상해야

[강문순 칼럼] 한·미 FTA의 진실을 알리자

'미국 우선주의'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취임 나흘째인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첫 행정명령으로 다자 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서에 서명했다. 전날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하겠다고 했다. 세계를 향한 강한 메시지다.

이 기세라면 트럼프의 통상압력은 예상보다 빨리 닥칠 수 있다. 압력의 강도도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선임 고문으로 활동했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전 회장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개선할 부분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퓰너는 트럼프 진영의 대표적인 지한파다. 해마다 200억달러 넘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을 가만둘 리가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폐기되면 5년간 269억달러의 수출 감소와 24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선 당시 트럼프는 "한.미 FTA로 미국의 일자리 10만개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정말 한.미 FTA는 미국의 일자리 10만개를 뺏었을까. 답은 물론 '아니오'다. 노무현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협상 주역인 김종훈 새누리당 전 의원은 본지 칼럼 '여의나루'의 고정 필진이다. 그는 25일자에 '한.미 FTA '잡 킬러' 아니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트럼프의 잡 킬러(job killer) 발언은 틀렸다. 미국보다 한국의 대미투자가 훨씬 크고, 우리 기업은 8만명의 고임금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간 세계교역은 6.1% 줄었지만 양국 간 교역은 14.9% 늘었다. 우리 수입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8.5%에서 11%로,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은 2.6%에서 3.4%로 늘었다. 서로 윈윈이다. 미국의 많은 FTA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이는 미국 정부와 재계에서도 인정한다. 태미 오버비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24일 조지워싱턴대 한국경영연구소 세미나에서 트럼프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버비는 "미 업계는 한·미 FTA가 '골드 스탠더드'라고 여전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6월 2015년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교역수지 적자는 283억달러로, 한·미 FTA가 없었다면 적자규모가 440억달러로 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 상무부도 작년 9월 한국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네 번째로 많이 기여한 국가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도 받는다. 미국의 TPP 탈퇴 소식에 통상교섭차관보를 미국에 급파하고, 해외에 파견된 재경관.상무관을 소집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을 때부터 미리미리 준비했을 일을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모든 라인을 가동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한.미 FTA가 서로 윈윈이라는 것을 그들도 인정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차기 정부와 논의하라며 빠지는 게 낫다. 이참에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근혜정부 들어 차관보급으로 격하된 통상교섭 책임자를 다시 장관급으로 높여 외교력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때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