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위험도 급증.. 가계빚 뇌관 안되게 해야
자영업자의 대량폐업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월 30일 발표한 자영업체의 폐업률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음식숙박업은 1년 내 폐업위험도가 10.6%씩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소매업과 수리 및 기타서비스업의 경우는 7~7.5% 정도 높아졌다. 금리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부담 증가와 가계의 소비지출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영업체들이 금리상승에 예상보다 훨씬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스럽다. 한은의 분석을 확대 적용하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폐업위험도가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고금리 시대가 오면 자영업체의 대량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예상케 한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와 장기불황 국면에서 빚 내서 자영업에 뛰어든 영세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25.9%(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2%)보다 훨씬 높다. 취업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자영업을 하는 셈이다. 자영업자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면 경제 사회적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들 가운데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사업자금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의 연쇄 부실화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시중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0~11월에만 연 0.36%포인트나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의 예로 보면 미국의 금리인상기마다 한은은 평균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갔다.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완만한 금리인상을 통해 자영업 신규 진입을 억제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고용 점유비중도 낮춰야 한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업종별 밀집도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련 정보 제공과 교육을 통해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