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兆 달하는 자금 조달 위해 칭화유니와 물밑협력 가능성
日 기술유출 우려 불식이 관건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후보가 한국(SK하이닉스)과 미국(실버레이크.브로드컴), 대만(훙하이정밀공업) 등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일본펀드와의 협업에 이어 중국 최대 반도체사인 칭화유니그룹과 SMIC를 통해 중국자본 유치를 검토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입찰제안서를 냈지만, 20조원에 육박하는 인수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자금조달 통로를 추가로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中자본 유치하나
10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관계사들을 통해 중국 자금조달 통로를 마련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 협력사인 하이셈과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하이셈은 설립 이래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검사공정 외주물량을 받아 소화하는 '테스트하우스'(반도체 검사공정 대행) 사업을 해 왔다. 하이셈은 우의제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한편 SK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장성호씨가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 설립 당시부터 하이셈은 주성엔지니어링과 케이씨텍, 동진쎄미켐 등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에서 하이셈에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칭화유니 그룹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투자금으로 조성된 중국 반도체 전문사모펀드 '서밋뷰 캐피털'의 알렌 옌 파트너가 하이셈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이 기간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사업 확장에 쓸 24조원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는 불참 선언을 했다. 반도체 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이 어디를 조준하고 있는지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칭화유니와 관련된 인사가 하이셈 사외이사로 온 것이다.
■기술유출 우려 日 반대가 변수
이 외에 최근 하이셈의 동향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이셈은 지난달 29일 최대주주가 동진쎄미켐 외 3인에서 팬아시아세미컨덕터서비스로 변경됐다. 이날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날이기도 하다.
하이셈 최대주주가 된 팬아시아세미컨덕터서비스의 차종현 대표는 지난 2월 새롭게 설립된 신생 사모투자펀드(PEF) 팬아시아프로스페러티파트너스의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차종현 대표가 사외이사로 있는 PEF 팬아시아프로스페러티파트너스는 최기보 대표가 설립했는데 최 대표는 전 맥쿼리증권 대표로 지난 2013년에는 SK텔레콤에 하이닉스 인수를 성사시킨 이력이 있다.
또 하이셈 최대주주 팬아시아세미컨덕터서비스의 최대주주는 위즈돔이었으나 지난달 30일 프로스페러티피에스이피사모투자로 변경됐다. 앞서 지난달까지 팬아시아세미컨덕터서비스의 최대주주였던 위즈돔의 지분 10%를 보유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최기보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오프스아시아오퍼튜니티즈와 위즈돔을 상대로 각각 2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경로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2년 전에도 중국 칭화유니는 미국 저장장치 제조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을 우회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제지로 발목을 잡힌 적이 있는데, 이번 일본 도시바도 같은 경험을 할 것이란 확신에 우회적 투자경로를 찾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IB업계는 그러나 일본이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 자본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를 허락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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