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전략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배경은 ‘시청자’다. 편성 결정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가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대중이 판도에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예전에는 주로 데이터 중심으로 편성했지만, 최근에는 미디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좀 더 다각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경쟁상황까지 고려해 편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쟁상황에 따라 블루오션의 슬롯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tvN의 킬러 콘텐츠가 된 금토드라마의 경우도 시청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주 5일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해당 시간대에 시청할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판단 하에 편성 블록을 개발한 사례입니다.”(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시청자들의 수요에 맞춰 편성이 변경된다는 말이다. 방송사들은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환경들을 결합해 또 다른 전략을 만들어낸다. 파일럿 프로그램과 시즌제가 대표적인 예다. 방송사의 조심스러운 맛보기인 파일럿은 시청자들의 반응 결과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가 갈린다. 시즌제는 기존 포맷에 새로움을 더해 싫증난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 모은다.
◇ 경쟁 위한 필살기, 스페셜방송분
최근 첫 회부터 현재 방영분까지 몰아보기,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놓은 속편 등 스페셜방송분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2 ‘태양의 후예’는 ‘또 만나요 태양의 후예 스페셜’이라는 제목으로 3부작 속편을 내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tvN ‘도깨비’ 등 종영 후 스페셜 방송 편성을 하는 드라마가 늘어났다.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둑’(이하 ‘역적’), KBS2 ‘화랑’처럼 첫 방송 전 프리뷰를 방영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방영 중간에는 회차를 압축한 몰아보기 혹은 감독판 몰아보기 편성도 한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쉽게 받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반영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요. 스페셜 방송은 예고와 같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양적·질적으로 더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어요.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모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전 기대감을 높이거나(프리뷰), 방영 중 기존 시청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몰아보기) 활용하곤 합니다. 물론 그 콘텐츠의 내용이 만족스러워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죠.”(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종영 후 스페셜은 드라마의 인기가 높을 때, 종영 전 프리뷰는 방송사에서 힘을 싣는 드라마일 경우 주로 편성된다. 몰아보기는 시청자 반응이 시들하거나 기존 인기를 더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최근에는 ‘화랑’,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낭만닥터 김사부’ ‘사임당’, OCN ‘보이스’, JTBC ‘솔로몬의 위증’, tvN ‘안투라지’ 등 대부분의 드라마가 몰아보기 편성을 시행했다. SBS ‘피고인’은 자사 사이트 통해 현재까지의 사건을 총정리한 웹툰을 공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방영 초반 경쟁력이 약하다고 판단되어 편성 면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나오는 대로 강화하는 방편도 있습니다.”(KBS 2TV 편성운영부 팀장)
◇ 요즘 누가 본방사수 하나, ‘VOD’ 보지!
쉴 새 없이 변하는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안목, 수요 등은 트렌드에서 더 나아가 기술의 발달과 플랫폼의 증가를 부추긴다. 더이상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IPTV나 VOD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SNS 등 온라인상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한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출자해 설립한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푹(pooq)의 지난해 말 기준 유료 가입자 수는 2015년 말(31만 명)보다 67% 증가한 52만 명을 넘어섰다. CJ E&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의 지난해 월평균 방문자 수는 92만 명이었고, 실시간 TV 무료화 선언을 한 지난 1월 기준으로는 219만 명이었다.
미디어영상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머무른 시간도 무시하지 못할 수치다. 모바일 이용자 조사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1인당 푹 사용 시간은 742시간으로 1위를, 티빙은 400시간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온라인 혹은 모바일로 원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보는 경우가 보편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텔레비전이 아닌 플랫폼으로 방송을 즐기는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기 위해, 방송사들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기 시작했다.
SBS는 자사사이트에서 ‘사임당’ 1~4회 다시보기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MBC는 ‘미씽나인’ 1, 2회를 IPTV와 iMBC를 비롯해 푹, 곰(GOM)-TV 등에서 무료 다시보기를 오픈한 바 있다. 모든 유료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서비스는 MBC 드라마 중 최초다. 이후 ‘역적’ 역시 1, 2회 다시보기를 무료로 공개했다.
“타 플랫폼으로의 유출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판단 하에, 역으로 이를 이용해 프로모션에 활용하여 시너지를 내려고 합니다. 사전에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콘텐츠 자체에 대한 주목도와 화제성을 높이는 것이죠.
또한, 1회 혹은 스페셜 콘텐츠 VOD를 무료로 공개하거나, TV 방송 시에도 퀵(quick) VOD 시청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노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본 방송에 대한 도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 ‘온라인→온에어’...중심축 뒤바뀐 편성형태
tvN ‘신서유기’는 시청자들의 플랫폼 이동을 잘 활용한 선구프로그램의 예다. ‘신서유기’는 온라인 콘텐츠로서 정체성을 기반에 두고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선보였다. 이후 방송용으로 재편집해 온에어(onair) 시켰다.
이외에도 KBS2 ‘마음의 소리’, MBC ‘세가지색 판타지’ 등은 온라인에서 선공개한 후, 브라운관을 통해 다시 방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청자들도 프로그램 전체를 보기보다, 온라인상의 일명 ‘짤’을 위주로 시청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네이버 TV캐스트의 월 이용자 수가 524만4924명, 총 이용시간 5억277만 시간이었으며,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96분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시청자 유입과 접근이 쉬운 플랫폼이다. 여기에 온라인 콘텐츠만이 지닌 자유성이 더해지니 자연스럽게 시너지는 폭발한다.
“온라인 콘텐츠로 개발해 주목 받은 ‘신서유기’ 역시 변화된 시청 행태를 반영한 시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 온라인과 TV 플랫폼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신서유기’의 경우 동일한 프로그램이지만, 온라인과 온에어 콘텐츠에 각기 다른 내용을 포함하여 다양한 타깃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소구한 것 같습니다.”(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lshsh324_fn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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