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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5년전 박근혜 밀어준 강원지역 민심 "文, 안보관 불안하지만 결국 될것"

'보수 대안' 못찾은 강원표심 흔들
안보 이슈 목소리 높이지만 文 독주에 보수층 자포자기
安 고전에 전략투표도 주저 고질적인 강원 홀대론 설움
지역 개발공약이 향후 변수

[현장르포] 5년전 박근혜 밀어준 강원지역 민심 "文, 안보관 불안하지만 결국 될것"
정치권에서 비교적 소외받아온 강원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후보들 간의 구애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정숙씨가 27일 강원 강릉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춘천.원주(강원)=김은희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 "문재인만 아니면 좋겠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되겠지. 안철수가 잘 올라가다가 그렇게 꺾여서야 뭐 되겠어."

강원 원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최모씨(58)는 이번 대선에 관심이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보수정당을 지지해왔다는 그는 "대안이 없다"면서도 문 후보의 안보관은 영 불안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철수 좋다는 사람도 좀 있긴 한데, 거기도 뭐 잘 모르겠어."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강원 표심까지 잠식한 모양새다. 대선을 13일 앞둔 지난 26일 강원 춘천.원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신문을 읽고 있던 모자장수 최모씨(56.여)는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누가 될 것인지는 이미 다들 예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초반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팽팽했던 양강 구도가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문 후보의 1강 구도로 재편된 양상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다만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엔 선뜻 답하지 못했다. 며칠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시민이 절대다수였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윤모씨(48)는 "TV토론을 보면서 고민 중이다. 2~3일 더 지켜보고 선택하겠다"고 했고, 축산업에 종사하는 김모씨(30) 역시 "아직은 지켜보고만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62.0%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강원지역은 보수성향이 짙은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몰락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유력 보수후보가 없는 만큼 선뜻 누구에게도 마음을 굳히지 못한 눈치다. 특히 보수의 대안으로 손꼽혀온 안 후보가 고전하면서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시장에서 만난 안모씨(64.여)는 "지금은 두 사람의 싸움이지 않냐. 당연히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 쪽"이라면서도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듯 "두고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양모씨(69)는 "개인적으로는 문 후보를 지지하지만 주변에는 보수적 성향 때문인지 안철수 지지자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도민도 적지 않았다. 식당 주인인 50대 김모씨는 "홍 후보가 경남도에서 빚을 싹 다 갚지 않았느냐"면서 "안 될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이 돼야 안보도 튼튼하고 경제도 살린다"고 소신을 밝혔다.

안보가 이번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과 인접한 강원지역 역시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4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전쟁 나면 제일 먼저 공격받는 곳이다. 안보를 제대로 지켜줄 사람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최모씨(29.여)도 "무조건 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지도자가 더욱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강원 홀대론'이 나올 정도로 소외받아온 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이에 지역경제 개발공약이 향후 강원 표심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40)는 "전쟁보다 더한 삶의 경쟁시대에서 치열하게 사는데 안보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면서 "서민경제를 살릴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강원도는 정치권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제돼온 동네다. 평창올림픽이 다른 곳에서 열렸어도 이렇게 관심이 없었겠느냐"며 "보수경향이 당연히 세지만 이와 무관하게 지역 살리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김유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