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차별과 폭력없는 사회에서 살고싶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아 전국 여성단체들이 모여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0여개의 여성단체 연합으로 구성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공동행동’은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17 강남역을기억하는하루행동,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인근 상가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여성 A씨(23)가 조현병을 앓고 있던 김모씨(35)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김씨는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남성 6명은 그대로 보내고 혼자 들어온 A씨를 범행대상으로 삼고 흉기를 휘둘러 사망케 했다. 이에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
이들 단체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차별 받고, 갖은 폭력을 당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나 현재 달라진 것 없다. 지하철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몰카를 당하고, 직장 동료에게 성추행도 당하고, 안심하는 집에서 가족에게 폭력을 당하는 등 여성들은 수많은 폭력과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목소리를 내기 많이 두려웠다. 여성들은 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었다.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 투쟁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 안전대책으로 공중 화장실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화장실 내부에 비상벨과 안심 거울을 달았다. 그러나 단체는 이같은 정책이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안전 대책이라곤 화장실 앞에 폐쇄회로 티비, 화장실 안에 비상벨 설치가 다였다”며 “이같은 정책은 여성혐오, 젠더 폭력이 왜 발생하는지 고민 없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새정부를 향해 여성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없애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여성에 대한 어떤 차별이 발생하고, 왜 발생하는지 공공연하게 묵인하고 있는 실태를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고, 정부 정책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망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치마를 입고 밤거리를 다니고 싶습니다’ 등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시민들은 역 인근에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3만 5000개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80여명의 여성들은 이 포스트잇 문구들을 프린팅 해 다시 선보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를 지켜본 회사원 이영은씨(34·여)는 "강남역 살인 사건때 그 자리에 있던 여성이라면 누구나 범행을 당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직장, 학교에서 여성이라서 언제나 약자이다.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전국 각지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여성에 대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강남역사건을 추모하는 시민단체 모임’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사건발생 장소 부근인 서울 신논현역과 부산 서면 지역, 대구 동성로 등에서 추모제를 진행한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신촌과 오후 5시 홍익대 부근에서도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추모제와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한 발언대 등 집회가 열린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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