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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다

정파적 이익 초월한 인재 등용
흡인력 있는 통합정치 선 보여
‘국민모두의 대통령' 다짐 지키길

[염주영 칼럼]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문재인정부의 첫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것은 의외다. 그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경제멘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한 인사를 보니 이 정부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함께 인사 발표가 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보수정권 사람이고,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가까운 사이다.

문재인정부가 폭넓은 인재 등용으로 내각과 청와대에 드림팀을 만들고 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그가 당선되면 친노.친문의 패권정치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연일 파격적 탕평인사로 흡인력 있는 국민통합의 정치를 선보이고 있다. 탕평인사는 취임사에서부터 예고됐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절차는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말이 이념.지역.진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취약하다. 박근혜정부와 비교하면 대선 득표율이 11%포인트 낮고, 소속 정당의 원내의석 수는 32석이나 적다. 그러나 취약한 권력기반을 국민 지지로 메우고 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를 두고 검찰 줄 세우기란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 그는 어디에도 줄을 서는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했다. 강금원.안희정씨 등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을 구속 수사한 장본인이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댈 사람이다. 그에게 검찰의 요직을 맡긴 것은 권력에 줄 서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검찰상을 확립하라는 명령이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인사에도 강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안에서 돈을 만지는 자리다. 돈에 관한 한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드물다. 역대 대통령들은 오랜 세월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던 사람을 이 자리에 앉혔다. 최도술.김백준.이재만씨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다르다. 문 대통령과는 일면식이 없는 기획재정부 7급 출신 예산통 관료다. 여기에 담긴 메시지는 흙수저 출신 전문관료 발탁이 아니다. 부정부패 척결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청와대부터 재정을 투명화하겠다는 선언이다. 공직자 누구라도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용서치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였고, 투표율은 77%였다. 전체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열 명 중 세 명만 표를 줬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거의 70%나 된다. 게다가 원내 구조는 5당 체제하의 소수파 정권이다. 객관적 상황을 냉철히 인식해 국회의 반대 의견에 귀 기울이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통합을 벗어나 분열로 가는 순간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봉하마을 추도식에 참석했다. 앞으로 임기 중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무현의 곁에만 머물 수 없다고 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성패는 친노.친문의 패권정치와 단절하고 이분법적 사고와 독선에서 깨어나려는 노력에 달렸다. 노무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변함없기를 기대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