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갈 우량기업만 골라… 가치투자 원칙 고수
국내 가치투자 1세대 허남권 사장이 초창기부터 지속적 관리… 신뢰 두터워
'가치투자'는 무엇일까.
가치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가치투자에 대해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았을 때 이익을 남겨 팔라는 것이다.
다만, 가치투자도 여러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무조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기업을 발굴하는데 더 무게를 둔 것이 좀 더 보수적 의미의 가치투자라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의 가치투자는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실시하는 등 투자자들을 중요시하는 오너의 경영전략도 중요시한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치투자 펀드로 꼽히는 상품이 바로 '신영마라톤주식형펀드'다.
이 펀드가 처음 시장에 나온 15년 전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투기판이었다. 김대환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본부장은 "올해로 회사가 21년이 됐는데 당시 주식시장은 투기판과 다를 게 없었다"며 "그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대상으로 주식투자를 해보고 싶어 마라톤 펀드를 고안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영마라톤증권자투자신탁펀드'는 올해만 16.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 이후 6개월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20%의 수익률을 지속하고 있다.
마라톤펀드가 추구하는 가치투자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재무적으로 탄탄한 우량기업이다. 그래야 불확실한 시장환경에서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펀드들이 많았음에도 신영마라톤펀드가 담은 기업들 중 부도가 난 곳이 없었을 정도로 우량한 기업을 골라내는 것을 최우선조건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다음은 '경쟁력'이다. 김 본부장은 "재무적으로 아무리 안정돼 있더라도 변화하는 산업구조 안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만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조건은 경영자의 경영마인드다. 경영자의 과거 이력을 토대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전략을 구사했는지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미흡한지 등을 따져본 후 장기적으로 투자 가능한 회사인지를 판단한다.
사실 이러한 원칙들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진 가치투자의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신영자산운용의 마라톤펀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 같은 원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회사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사실 이런 원칙은 아는 것보다 고수하고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라며 "이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을 비롯해 전사적으로 이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오너가 일절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마라톤펀드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이 초창기부터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펀드로, 십수년간 책임자 교체가 없었다.
분산투자도 신영마라톤펀드의 장점 중 하나다. 이 펀드는 규모가 작았던 초창기부터 60~70개 종목 등에 분산 투자를 해왔으며, 현재 대표 마라톤펀드에는 100개가 넘는 종목이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신영마라톤펀드는 초창기부터 펀드를 운용해왔던 펀드매니저가 이제는 회사 대표가 될 정도로 일관성 있는 철학과 원칙으로 운용해온 것으로 유명하지만 운용하는 인력이 교체되더라도 투자 철학과 투자 스타일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신뢰도 높다"며 "그런 부분에서는 국내에 몇 안되는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펀드"라고 강조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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