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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기 인사코드] 文정부 메인스트림은 누구... 호남·386중고신인·EPB·연정라인

호남 돌풍.영남 배려 ‘탕평’.. 586으로 돌아온 ‘386 중고신인’
경제팀 EPB.참여연대 출신 약진.. 외교라인 ‘문정인 사단’ 컴백

[문재인정부 1기 인사코드] 文정부 메인스트림은 누구... 호남·386중고신인·EPB·연정라인

■호남 돌풍.영남 배려 ‘탕평’'

호남총리' 발탁으로 시작된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내각 인선의 키워드 중 하나는 '탕평'이다. 지역과 계파를 뛰어넘는 인사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인사로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발탁했고, 청와대의 양 축인 임종석 비서실장(전남 장흥)과 장하성 정책실장(광주)도 호남 출신으로 세웠다. 참여정부 당시 호남 인사차별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핵심인사를 줄줄이 호남 출신으로 지명하자 일각에선 영남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인선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영남 출신 등용이 많아졌고, 결국 영남 강세를 피하지 못했다. 차관급 인사는 32명 중 11명이 영남이었다. 이 밖에 강원은 단 1명만 장차관급으로 문재인정부에 입성했고, 제주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탕평을 기치로 당내 비문(비문재인) 인사도 대거 발탁했다. '박원순계'인 김수현 사회수석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안희정계'인 박수현 대변인이 청와대 비서진으로 합류했다. 내각으로도 비문으로 분류되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임명됐다. 비주류도 문 대통령의 중요한 인사코드다.

대체로 검찰 출신을 기용한 민정수석 자리에 헌법학자(조국)를 앉힌 것이나 국가보훈처장에 군대 내 부조리와 싸워온 여성 예비역 중령(피우진)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 시민단체 출신 인물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우리 사회 전반을 개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전임 정권에서 '핍박' 받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이 요직에 오른 것도 주류사회 개혁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각종 인사청문 논란에 인권위원장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지목했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6일 자진사퇴하면서 개혁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상황 타개에 나설 전망이다. 여성비율은 16.7%로 다소 낮은 편이다. 대상을 장관으로 하면 내정.임명된 14명 중 4명(28.6%)이 여성이다.

■586으로 돌아온 ‘386 중고신인’"

그땐 젊고 혈기왕성한 30대였죠. 의욕만으로 개혁이 될 줄 알았는데 번번이 계급상 아래인 50대 관료들과 부딪쳤죠. 그들이 늘 하던 말은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이었고, 30대인 우리들은 그들의 얘길 듣지 않았었죠."(문재인정부 청와대 한 참모) 문재인정부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이제는 '486' '586'으로 돌아온 '386 중고신인'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그간 풍파(?)에 시달리면서 살길을 도모하다보니 박원순계, 안희정계, 이재명계 등 지금은 여권이 됐지만 불과 석달 전까지만 해도 야권이었던 곳에 포진해 있다가 이번에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내각에 재입성한 인물이 적지 않다.

386 운동권의 기수였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51)을 비롯해 참여정부 당시 환경부 차관을 지낸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54),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서주석 국방부 차관(59),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맡았던 조현옥 인사수석(61), 정무비서관으로 활약했던 윤건영 국정상황실장(47) 등이 근 10년 만에 재등판한 것이다. 이 중 임종석 실장과 조현옥 수석 등은 서울시에서 각각 정무부시장과 여성가족정책실장을 지내며 행정 경험을 이어갔다는 게 주목할 점이다. 참여정부 당시 30~40대였던 설익은 '칼'들이 각계각층에서 10년간 관록을 쌓으며 노련해졌을 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인사들도 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그룹으로 분류되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 양정철.박선원 전 비서관 등이다.

이는 참여정부를 계승하되 '도로 참여정부'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정권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측근정치를 배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직 초.재선 의원들이 청와대 비서관급(1급 공무원)으로 급을 낮추어 온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의원 출신 청와대 비서관으로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민정수석실 백원우 비서관(재선의원 출신) 등이다.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비서관급 기용 역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 야권 내 풍부한 인재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비친다.

■경제팀 EPB.참여연대 출신 약진"

이러다 재무부 출신들은 전멸되는 것 아닌가."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1.2차관 모두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들이 임명되자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 사이에서 단말마의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왕비서관'으로 불리는 경제금융비서관의 명칭이 '금융'이 빠진 '경제정책비서관'으로 바뀌자 "실수로 '금융'을 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왔다. 문재인정부 1기 경제라인의 특징은 'EPB'와 '참여연대 출신 학자집단'으로 요약된다. 다른 말로는 '재무부 소외'로 대변된다.

재무부 출신들이 금융과 세제를 중심으로 단기정책과 위기대응에 강하다면, EPB 출신 관료들은 예산과 기획을 기반으로 장기 청사진을 그리는 데 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EPB 출신들과 개혁성향이 강한 학자집단의 조합은 문 대통령이 정권 초 단기적으론 재벌개혁을, 중장기엔 4차 산업혁명.소득주도성장론 등으로 경제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참여정부 때 만든 복지국가 청사진인 '국가비전 2030'의 2017년판 버전인 '비전2050'부터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PB 출신들의 독주는 사실 박근혜정부 때부터 시작됐으나 이번에 기용된 인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전임 정부에서 경제수장을 맡았던 현오석.최경환 경제부총리나 경제참모였던 조현동 경제수석 등이 '보수' 성향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번 정부에선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만한 인물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박봉흠, 권오규,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 EPB 출신 관료들을 곁에 두고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엔 당시 차관급, 국장급, 과장급 인사들이었던 청와대 반장식 일자리수석 내정자, 김동연 부총리, 홍남기 실장 등이 전진배치됐다.다만 EPB 출신들에게 지나치게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이란 경제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선 실물경제에 이해도가 높은 재무부 출신들의 장점도 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라인 ‘문정인 사단’ 컴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되는 연세대의 약진이 부각된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학교 자체보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필두로 한 대북 '대화파'의 포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문 특보는 국제정치학은 물론 안보.평화.중동 분야를 아우르는 국제적 석학으로,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소위 '자주파'로 불리는 대화론자들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 문 특보는 노무현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 외교부 국제안보 대사를 지내면서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어왔다. 연세대 정외과 73학번인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 지명은 문 특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 통역 시절을 눈여겨본 이희호 여사의 추천으로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현 외교부 2차관도 연세대 정외과 76학번이다. 조 차관은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에 파견돼 대통령정책실에서 일했다. 국방개혁을 이끌어 나갈 군 요직에도 '비주류 인사'들이 내정됐다. 국방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국가안보실 1차장에 이상철 퇴역 육군 준장이 임명됐고, 국방부 차관은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맡았다. 또 국방부 장관에는 그동안 군의 주류였던 육군사관학교 졸업-육군대장 출신이 아닌,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후보자로 임명해 실제로 군의 핵심세력을 배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특정 출신과 특정 계층에 집중됐던 군의 주류세력을 혁파해 견제를 통한 개혁을 이끌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군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주류세력을 일거에 배제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지난 정부에서 육군은 합참의장 자리를 해군인 최윤희 대장에게 내줬지만 최 의장이 함상근무 경력이 작아 육군이 조종하기 쉬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육사 출신들이 잡아온 헤게모니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조은효 박소연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