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촛불청구서 들이대는 ‘귀족’노동계

"文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감놔라 배놔라 상전 노릇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촛불혁명'의 일등공신임을 자부하는 이들은 정부의 일자리.노동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일 열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한노총의 정책간담회는 노동계의 달라진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 승리의 발판을 만든 주역인데 일자리위원회가 우리를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지 의문" "정부가 노동계를 구색 맞추기 위한 장식물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정부가 노동계와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한노총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4대 지침'의 즉각 폐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내노조화 등을 요구했다. '촛불'에 빚진 문재인정부에 이런저런 대가를 요구하는 '촛불 청구서'를 내민 격이다. 한노총은 민노총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다. 민노총은 오는 30일 이른바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보장, 재벌개혁, 적폐청산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지금이야말로 칭기즈칸의 속도전으로 개혁을 밀어붙일 적기인데 (문재인정부가) 주춤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책임있는 조치를 하라는 것이 총파업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민노총이 노동계 친화적인 현 정부를 상대로 총파업에 나선 것은 "빨리 우리 요구사항을 받아들여라"는 압박이다.

민노총 금속노조가 20일 현대자동차에 노사가 2500억원씩 분담하는 5000억원의 일자리 연대기금을 제안했는데 이게 또 '황당한 꼼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조 측 분담금은 1, 2심에서 패소한 통상임금 소송의 승소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재원 대부분을 사측에 떠넘긴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런 '사회연대기금'을 '통 큰 양보'로 포장하는 노조의 뻔뻔스러움에 입이 쩍 벌어진다.

양대 노총은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조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일자리.소득 양극화에는 이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노동시장 최상위 포식자'란 소리를 듣는 이들의 '철밥통 지키기'가 고용 유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정책 중에는 기득권 노조의 양보가 필요한 사항도 많다. 그러나 제 세상 만난 듯한 양대노총은 온갖 요구사항만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마냥 끌려다니면 제1의 국정과제인 일자리정책인들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