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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대강서 돋보인 李총리의 현실감각

최악 가뭄 속 실용적 접근.. 마구잡이 보 개방 없어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4대강 보를 무리하게 추가로 개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적 가뭄 현상 속에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방문해 내놓은 입장이었다. 환경단체들이 녹조 발생을 막기 위해 보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4대강 주변 농민들은 농업용수 취수가 곤란해진다며 이를 결사 반대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이뤄진 이 총리의 이 같은 교통정리가 온당하다고 본다.

때 이른 불볕더위 속에 지금 농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평균 강수량이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논은 고사하고 상당수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다. 강릉은 내달 1일부터 식수조차 제한급수를 해야 할 판이다. 지난 1일 4대강 6개보를 상시 개방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부여의 백제보는 개방하지 않았다. 충남 북서부지역의 극심한 가뭄 조짐을 감안해서다. 현 시점에서 보면 여간 다행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이 총리의 이번 추가개방 자제 방침도 신의 한 수는 아닐지라도 나름의 합리성을 인정해야 할 이유다.

물론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많이 발생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아주 근거가 없다곤 할 수 없다. 그러나 4대강과 관련 없는 지류와 저수지에도 가뭄과 함께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할 건가. 축산 폐수나 비료 등 유기질 유입이 유속보다 녹조의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시각조차 엇갈리는 마당에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리는 없다. 기상청 예보대로 가뭄이 장기화하면 대체 농업 및 산업 용수는 어디서 얻을 건가.

그런 맥락에서 이 총리가 "농업용수마저 부족해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는 때에 보를 더 개방한다는 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환경단체 측을 타이른 것은 백번 옳다. 특히 4대강 보 철거를 전제로 한 일각의 전면 개방 주장은 더 비현실적이다.
홍수 방지나 갈수기에 대비해 물그릇을 키운다는 4대강 사업의 순기능까지 부인할 텐가. 더욱이 범지구적 기상이변으로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수질 등 생태계 보호, 홍수 예방 및 가뭄 대책 등 3차원에서 입체적 수자원 관리가 긴요하다. 이를 구현할 잣대는 환경근본주의적 도그마가 아니라 이 총리의 말대로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