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경유값 현상유지 결정은 당연하다

꼼수 증세 논란 불거지자.. 정부 화들짝 "계획 없다"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을 골자로 한 에너지 세제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미세먼지 감축대책의 하나로 검토한 경유가격 인상안이 서민의 세부담을 늘리는 '꼼수 증세'라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6일 "경유 상대가격 인상으로 인한 미세먼지 감축의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는 경유세율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조세재정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에 용역을 준 결과 10여가지 가격조정 시나리오가 도출됐는데 여기에는 현재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가격을 최소 90%에서 최대 125%까지 높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내달 4일 공청회를 열어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를 놓고 2014년 말의 기습적인 담뱃세 인상과 같은 '꼼수 증세'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워지자 국민건강 증진을 구실로 담뱃값을 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담배 소비는 줄지 않고 서민의 세부담만 커졌다.

정부의 설명처럼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65%가 발전소 등 생산 현장에서 발생되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것은 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은 국외가 적게는 30%, 많게는 50%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은 최대 80%에 달했다. 그런가 하면 경유차 대비 휘발유차와 LPG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86~95%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즉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세금부터 올리는 것은 성급한 처사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유차는 860만대로 전체 차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화물차나 자영업자의 수송용 차량 등 서민용 차량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부담하는 경유값은 결코 싸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휘발유.경유 평균가격은 각각 L당 1.21달러, 1.02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 평균치 1.03달러, 0.87달러보다 비싸다.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유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화물운송업자들이 정부의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어 경유세 인상으로 인한 소비감축 효과가 의문시돼왔다.

지난 2009년 경유차를 클린디젤이라며 적극 권장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경유차 운전자들에게 페널티를 물린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서라면 석탄 등 발전용 에너지 세제를 먼저 손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