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잃어버린 가족찾기] 16년전 경주로 여행보냈다가 사라진 아들

[잃어버린 가족찾기] 16년전 경주로 여행보냈다가 사라진 아들
2001년 1월 29일 경주 보문단지로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김도연씨(당시 15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살 아기 같은 우리 도연이, 지금은 어디에 있을지…."

박모씨(여)는 16년 전 경북 경주에 여행을 보냈다가 실종된 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26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박씨가 잃어버린 아들 김도연씨(31)를 애타게 찾고 있다.

도연씨는 1986년 박씨 부부의 첫 아들로 태어났다. 부부는 귀한 아들에게 모든 사랑을 쏟으며 애지중지 키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첫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병원에 갔다가 도연씨는 뇌에 물이 차는 질병인 뇌수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박씨 부부는 절망했다. 부산 송도 고신의료원에서 1차 뇌수술을 받고 또다시 2차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어린 아들은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도연이는 정말 대단한 아이였다"며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장애를 가진 아이가 더 귀하고 더 사랑스러웠다고 회고했듯이 우리도 도연이를 지극히 사랑했고 보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연씨는 장애학교에 입학했고 박씨는 하루도 빠짐 없이 아들과 등하교를 같이 했다. 그렇게 소중하게 키워온 아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은 2001년 1월 29일. 도연씨는 15세가 됐으나 지능은 3세 아이와 같았다. 장애인 자활교육 실천의 의미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경주 보문단지로 여행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박씨는 봉사자와 장애아동이 1대 1의 비율로 구성돼 있어 마음 놓고 여행을 보냈으나 봉사자의 실수로 도연씨는 보문단지 한국콘도에서 사라졌다.

소식을 듣고 박씨는 곧바로 경주로 향했으나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초저녁이었다. 박씨는 차가운 날씨에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아들을 찾아 헤맸으나 애꿎은 시간만 흘러갈 뿐이었다. 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살 아기 같은 우리 도연이가 어디에 있을지, 추운 겨울 단 하루라도 혼자 버티는 것이 가능할지 말문이 막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박씨 부부는 아들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수개월을 차에서 지냈다. 박씨는 신발도 제대로 갈아 신지 못한 채 걷고 또 뛰어 발이 썩어 들어갈 정도였다. 15년이 흘렀지만 소중한 아들을 찾길 바라는 박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는 "아들이 본능의 의지라도 발휘해 살아만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가족의 소중한 보물인 도연이를 꼭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도연씨는 머리 오른쪽 두피에 10㎝가량의 흉터가 있다. 눈동자 초점이 흐리고 이가 고르지 못한 특징이 있다. 어머니 박씨는 현재 경남 함안군에 살고 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