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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이버·미래에셋 동맹, 벤처 젖줄 되길

박현주·이해진의 창업정신 스타트업 생태계 양분돼야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손을 잡았다. 말로만 제휴한 게 아니다. 두 회사는 26일 "서로 지분을 사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각자 5000억원을 투자하면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주식 7.11%,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주식 1.71%를 살 수 있다. 이 정도면 단순 제휴가 아니라 동맹이라 부를 만하다.

'네이버.미래에셋 동맹'은 여러모로 뜻이 깊다. 먼저 다른 업종끼리 손을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인터넷기업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대 증권사다. 1위 포털과 1위 증권사의 결합은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KT가 주도한다. 또 다른 인터넷기업인 카카오는 2호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을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벽은 진작에 허물어졌다. 네이버.미래에셋 동맹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는 특히 두 회사의 벤처 DNA에 주목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금융 벤처의 선두주자다. 1997년 창업한 박 회장은 불과 20년 만에 미래에셋을 국내 유수의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1999년엔 이해진이 네이버를 창업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5위다. 두 사람은 적어도 우리나라 금융과 인터넷 산업에서 신화적인 존재다. 이번 결합도 몸에 밴 벤처 DNA가 작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네이버.미래에셋 동맹이 내놓은 비전 가운데 스타트업 발굴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취약한 벤처 생태계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삼았으나 자발적인 생태계 구축엔 실패했다. 기껏 대기업을 동원해 전국 곳곳에 혁신센터를 세우는 데 그쳤다. 문재인정부도 4차 산업혁명 기반 조성에 적극적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8월에 출범한다. 물론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시장에서 갈린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 혁신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는 게 좋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해마다 수백개 벤처에 투자한다. 세계 최대 정보업체 구글은 2014년 인공지능(AI) 벤처 딥마인드를 5억달러(약 5700억원)에 사들였다. 우리는 네이버.미래에셋 동맹에 골드만삭스 또는 구글의 역할을 기대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박현주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위험자본 투자가 많아져야 한국이 건강해진다"며 모험정신 실종을 아쉬워했다. 네이버는 이미 AI.자율주행차 같은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박현주.이해진의 벤처 DNA가 축 늘어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