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50일 된 정부에 ‘빚 독촉’ 파업이라니

"개혁 빨리하라"는 민노총
이대로 끌려다녀선 안돼

민주노총이 문재인정부 출범 50일째인 30일 이른바 '사회적 총파업'을 강행한다. 총파업은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민노총은 "지금이 적폐청산과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파업은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파업이다. "노동계가 1년 정도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는 묵살됐다.

민노총이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를 상대로 총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납득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새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이며 노동계와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은 최근 옥중서신에서 "칭기즈칸의 속도전으로 개혁을 밀어붙일 적기인데 (문재인정부가) 주춤하고 있다"며 대규모 상경투쟁을 독려했다. 이 때문에 민노총이 파업을 통해 세 과시를 하고 '빚 독촉'하듯 정부를 몰아붙여 정권 탄생의 주역으로서 제 몫을 챙기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노총의 파업은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때의 데자뷔다. 노 전 대통령이 "노동자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노조 친화적인 자세를 취하자 노동계의 요구사항이 많아졌고 화물노조 파업, 철도노조 파업이 줄을 이었다. 호되게 당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에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문제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 이후 노.정 관계는 임기 내내 냉랭하기만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50일이 지났다. 내각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이 시기에 정책 성과를 내놓으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금은 총파업할 때가 아니라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힘든 길을 가는 대통령을 도울 때"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일자리 정책에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노총의 파업은 너무 성급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불편이 없도록 노동계가 배려해달라"(이낙연 국무총리)고 당부할 뿐이다.
민노총은 임금 상위 10%에 드는 대기업 근로자의 조직이다. 이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정부가 이들에게 질질 끌려다녀서는 노동정책도 표류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