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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트럼프 회담, 안보 못잖게 통상도 중요

40조 선물보따리 풀어서 FTA 이점 납득시키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5월 10일) 후 첫 정상회담이자 국제무대 데뷔다. 무엇보다 한·미 동맹에 기초한 안보가 주요 이슈다. 이번 기회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혼선을 말끔히 씻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한.미 통상 관계다. 백악관 관계자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을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 현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기적으로도 민감하다. 미국 정부는 곧 '무역적자 보고서'와 '수입철강 보고서'를 내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절차다. 무역적자 보고서는 대미 무역흑자 폭이 큰 16개국이 대상이다. 물론 한국도 명단에 있다. 올 들어 대미 흑자 폭이 크게 줄었다곤 하나 만성흑자국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여전하다. 수입철강 보고서는 정치색이 강하다.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이른바 러스트벨트 백인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외국산 철강을 보는 눈이 고울 리가 없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보고서를 무기로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미리 대비가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5년간 총 352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선물보따리를 가져간 것은 잘한 일이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비행기를 사고, 현지공장 건설에 투입할 돈이다. '조공외교'라는 비판은 당치 않다.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 내 일자리 70만개 창출, 10년간 4500억달러(약 512조원) 투자라는 대형 패키지로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중국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할 때도 늘 선물보따리가 따라붙는다. 한국, 중국, 일본은 지속적인 대미 무역흑자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미 투자.수입 확대는 한쪽으로 치우친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효과도 있다.

국익이 충돌하는 국제무대에선 지도자 간 친밀도가 제법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이번 회담을 잘 활용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4년간 트럼프를 상대해야 한다. 일본은 정상 간 '우정'을 외교 실익으로 연결하는 데 능숙하다. 1980년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론.야스 밀월'을 구가했다.
아베 총리는 2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란 듯 우의를 뽐냈다. 문 대통령은 28일 미국으로 가는 전용기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서로 잘 통하는 관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현안도 풀고 친분도 쌓는 일거양득 회담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