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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올리려다 일자리 없어질라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6월 29일에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 시급으로 1만원, 경영계는 6625원을 제시했다. 3375원 차이다. 간극이 커서 근로자.사용자 대표가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예전처럼 공익대표가 중재안을 내고 양측이 수용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다. 최저임금은 법정 심의기간이 6월 29일로 끝났지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8월 5일)하기 전 20일까지, 곧 7월 16일까지 결론을 내면 된다.

올해 최저임금위는 출발 전부터 꼬였다. 대선 때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20년까지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공약을 내놨다. 공약대로라면 최저임금은 올해 6470원에서 3년 새 50% 넘게 올라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노동계는 이마저도 성에 안 찬다며 당장 내년부터 1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가볍게 봐서 생긴 일이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법에 따른 법정기구다. 최저임금법(4조)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돼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따라서 내년 인상률 역시 최저임금위에 맡기는 게 옳다. 새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최저임금 역시 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정치권의 간섭은 월권이다.

최저임금위는 1987년에 발족했다. 올해가 꼭 30년째다. 한 세대가 흘렀는데도 여전히 노사는 인상률을 놓고 얼굴을 붉힌다. 뭔가 새로운 해법을 찾을 때가 됐다. 그래서 올해 경영계가 8개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제를 제안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법에도 최저임금은 사업종류별로 구분해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PC방,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경비는 저마다 일이 다르다. 시급을 달리 정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러다 가게 망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위 시위에 돌입했다.
햄버거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인건비를 아끼려고 매장에 키오스크(자동주문기)를 속속 설치하고 있다. 시장은 늘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이러다 '일자리 정부'가 '일자리 없애는 정부'가 될까 걱정이다.